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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필름카메라, LP판, 콘솔게임기 등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혹은 사용됐던 물건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식품회사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주던 유리컵은 현재 1만 원에서 10만 원 선으로 거래되는 등 옛날 물건은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복고 열풍이 오래된 감성을 그대로 보존해 향유했다면 지금은 그 감성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즐기곤 한다. 이런 현상을 복고(Retro)에 새로움(New)이 더해졌다는 ‘뉴트로(Newtro)’라고 일컫는다. 새로운 형태로 공유되는 복고인 뉴트로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들어 식품, 의류, 인테리어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뉴트로
  각종 식품 기업은 예전 디자인을 차용한 포장과 단종됐던 상품을 다시 내놓고 있다. ‘두꺼비 소주’라는 술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70-80년대 소주 시장 1위를 점령했던 이 상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진로(眞露)’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이전의 것보다 도수가 낮을뿐더러 병의 디자인이 훨씬 깔끔해졌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농심도 1991년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재출시했다. 특유의 소고기 맛 국물은 유지한 채 그동안 바뀐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매운맛과 순한맛 2가지 버전으로 시장에 나왔다.


  의류 업계도 마찬가지로 뉴트로의 영향을 받았다. 한동안은 ‘아저씨 브랜드’라 불리며 젊은 층에 외면받았던 휠라와 엘레쎄가 그 예이다. 이들은 2000년 전후로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을 때 출시된 제품을 활용해 그들을 공략했다.


  휠라의 경우 이전에 유행했던 투박하고 못생긴 디자인에 큰 로고가 들어가는, 다소 촌스럽게 생긴 신발을 출시했다. 컨버스 운동화에 실증을 느끼던 밀레니엄 세대에게 두꺼운 운동화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고, 이렇게 생긴 신발은 ‘어글리 슈즈’라 불리며 신발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엘레쎄의 아노락도 젊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유의 쨍한 색감과 단순한 디자인, 눈에 확 들어오는 큰 로고. 무엇보다 심플함을 강조한 옷은 그간 화려함에 지쳤던 세대에게서 ‘힙한’ 즉, 멋지다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각자의 독특한 해석이 하나의 큰 물결로
  개성과 희소성, 다양성을 중시하는 것은 밀레니엄 세대의 소비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른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뉴트로는 1020세대가 부모님 세대 혹은 그 이전 시절에 대한 자극을 나름대로 해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과거의 것을 새롭게 향유하고 싶어 하는 이 세대의 시선은 ‘동묘 구제 시장’으로 향했다. 옛것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옷을 잘 입는 사람들 소위 ‘패션피플’의 영향과 미디어의 노출로 동묘엔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젠 나이 든 사람이 아닌 어린 학생들까지 산더미처럼 쌓인 옷을 샅샅이 뒤지며 괜찮은 옷을 바쁘게 찾는다.


  동묘가 의류로 들썩였다면 을지로는 독특한 분위기로 삽시간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과거와 현대를 적절하게 섞은 느낌이 드는 장소가 을지로에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을지로의 한 카페 ‘혜민당’과 ‘커피한약방’을 방문해봤다. 예스러운 이름의 혜민당의 내부는 그 명칭과 같이 옛날 가게를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푹신한 나무 의자와 꽃무늬 벽지가 있는 이곳은 그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타르트가 주메뉴를 이뤘다.


  혜민당 맞은 편에 ‘커피한약방’이 자리 잡고 있다. 다소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커피’와 ‘한약’을 합친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한 이 카페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자개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카운터와 선반, 커피를 내리는 테이블에도 온통 자개 무늬가 가득했다. 이처럼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지금이다. 오래된 물건과 옷이 아직도 촌스러운가?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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