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청년 세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가 있다면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전 미국 대사관 외교관 그레고리 헨더슨은 일찍이 한국 사회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소용돌이(VORTEX) 현상’이라는 은유를 썼다. 이는 한국 사회가 고도로 동질화돼 중앙으로 모이는 경향이 크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집단들은 오직 권력의 중심을 향해 상승하고자 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준점만을 목표로 둔다. 그의 설명은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설명하는 유효한 틀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집단주의적으로 단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기준에 따라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평가한다. 그들의 삶의 기준 또한 마찬가지로 하나의 방향성만을 갖는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러한 ‘상승의 지점’이 일종의 출세, 과거급제와 같은 신분 변화에 있었다면, 최근에 이것은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에 도달하는 것이 됐다.


  특히, 청년 세대가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SNS는 이런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들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숙박에 수십만 원이 드는 호캉스 이미지, 핫플레이스와 해외여행의 순간들 각종 명품 사진이 SNS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에 더해 그 안의 수많은 인플루언서는 저마다의 사치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며 그걸 보는 사람들이 불나방이 돼 그곳에 도달하라고 유혹한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각종 관찰 예능의 성행이나 온갖 호화로운 것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들도 우리 시대 욕망의 최종적인 도착지가 ‘화려한 이미지’에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만 같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형상을 소비하는 일이 실제로 중시되고, 경험된다는 점이다.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 저축을 하고 장래를 대비하는 경우보다 ‘탕진잼’이나 ‘욜로(YOLO)’를 앞세워 호캉스나 해외여행에 돈을 쓰는 일은 확실히 늘어났다. 아니면 당장 실용적인 경차보다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를 사거나, 가진 돈을 거의 다 써가며 명품을 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을 그 자체로 나쁘다거나 좋은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 시대가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를 향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이 옳은지 그른지를 평가할 문제가 앞으로 남아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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