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어머니라 부르니, 우리 모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서로 섞여 있는 미미한 존재들이다. 천지의 기가 나의 몸체를 이루고 천지의 근원이 나의 본성이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모두 한 배에서 나온 형제이며 만물은 나의 친구다” 11세기 중국의 관료였던 장재는 『서명(西銘)』에서 만물이 모두 하나라는 사상을 주창했다. 장재의 말처럼 현대인은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뿐만 아니라 곤충도 함께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곤충을 형제라고 생각 할 수 있을까?
  조안 엘리자베스 록의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곤충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탄생한 책이다. 모피, 가죽 그리고 식용을 위해 희생되는 다른 동물도 많지만 왜 하필 그녀는 작은 곤충에 대해 썼을까? 그녀는 처음 이 책을 쓸 때 단지 사람들이 곤충을 존중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고 한다. 그러나 곤충에 대해 점점 알게 되면서 작은 곤충 속에 신의 목소리가 깃들어 있다고 확신해 그러한 곤충의 목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있게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왜 하필 곤충입니까?”라는 질문 외에도 우리가 그녀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수없이 많다.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은 어떡하라는 거지?’ 혹은 ‘과연 당신이 집안에 징그러운 바퀴벌레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등등. 그녀는 이러한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다. 곤충을 죽일 수밖에 없다면 죽이라고. 그녀는 곤충을 죽이는 행위가 몸통 속에 갇힌 벌레의 영혼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녀는 곤충을 죽일 때 저주하지 말고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증오는 곤충과 우리 자신에게도 해로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곤충을 죽이는 것 자체가 곤충에 대한 징그러움 혹은 존재 가치에 대한 부정, 두려움 등 공포심과 저주에서 비롯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녀의 제안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녀의 제안은 이러한 증오심과 두려움을 없애고 우리가 쉽게 죽이는 곤충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죽임을 당하는 곤충의 가치는 인간이 함부로 측정할 수 없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곤충이 존재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흔히 징그럽게만 생각하는 구더기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구더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구더기가 남북 전쟁 때 치료용으로 쓰였다는 점인데 그녀는 구더기가 부상병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죽은 조직만 먹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구더기의 치료 효과는 구더기가 내뿜는 요소(尿素)와 그 밖의 항균 성분 덕분인데 1940년대 구더기의 항균 작용을 인공적으로 합성하고 생산하면서 더 이상 구더기는 치료용으로 쓰이지 않았다. 이처럼 저자는 곤충에 대한 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인류학, 심리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넘나들며 곤충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는 그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독자들이 그녀에게 물었듯이 그녀 또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녀의 질문은 책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책을 읽으며 독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과연 우리가 증오심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은 곤충에 대해 우리는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라고 말이다. 물론 책 한 권으로 곤충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이 해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우리에게 곤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곤충에 대한 증오심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곤충에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연다면 그것이야말로 곤충을 친구로 인정하고, 곤충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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