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 중독임이 틀림없다. 손에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각종 SNS를 수시로 확인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핸드폰 사용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느껴 이를 줄이기 위한 일주일간의 디지털 다이어트를 시도해봤다.


  사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어제의 다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에게 제약이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 평소처럼 핸드폰을 사용했다. 삼 일이 되던 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지하철에서 볼 책을 따로 챙겼다. 월곡역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동안 그간 잘 줄어들지 않았던 책의 두께가 꽤 얇아져 있었다. 나흘째 되던 날, 본가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창밖을 바라봤다. 왠지 가는 길이 바뀐듯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 노선이 달라졌음을 그제야 알았다.


  5일째 되던 날은 핸드폰 사용량이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작은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발을 헛디디는 일도 없었다. 이후에는 ‘언제 연락 올지 몰라’, ‘나만 새로운 게시물을 못 보면 어떡하지’와 같은 강박관념이 꽤 사라졌다. 핸드폰이 들려있지 않은 손에선 아주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SNS를 계속 확인하고 싶긴 했으나,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면서 평소 지나가던 공간이 새롭게 느껴졌다. 햇살이 비추는 등굣길과 하굣길이 유난히 예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일로 일상생활 속 자잘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물론 지금은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만큼의 사용시간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핸드폰 속 작은 세상에 갇히지 않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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