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 마감 주에 시간을 쪼개 취재를 핑계 삼아 영화 <걸캅스>를 봤다. 버닝썬 사태로 이제야 수면위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여성 서사극인 걸캅스는 개봉 초, 여성 배우를 전면에 앞세우고 남성 캐릭터를 무능하게 표현했다며 평점 테러를 당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 코인 영화’라는 비난의 화살을 맞는 건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제치고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의 관객 수를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지만 끊임없는 관심과 여-여라는 유대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걸캅스>의 흥행 논리는 지금 학교의 사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최근 동덕은 학사제도협의체 신설을 위한 학생 총투표로 떠들썩했다. 총선거인 수의 과반이라는 적지 않은 표가 필요했음에도 73.94%의 투표율을 보이며 안건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학사제도협의체가 질 높은 교육권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 ‘우리가 해야 바뀐다’라는 연대 의식이 투표에 반영된 것임이 틀림없다. 즉, <걸캅스>와 학생 총투표는 ‘참여’라는 지향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한 사람의 참여가 모여 다수의 목소리를 만들고, 그 목소리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아 사회와 학교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찬성’ 버튼을 누르는 것의 의미를 넘어 한 번의 투표가 이상적인 학교로 다가가는 첫걸음이 된다면, 교내 구성원의 연대를 조금 더 공고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나치지 않고 발걸음을 멈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학생회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당신의 관심이 결국 학교를 바꾼다.
임나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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