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수동에 카페 ‘블루보틀’이 생겨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곳에선 좋은 원두와 핸드드립 기법을 통해 만드는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인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은 이를 맛보기 위해 평균 서너 시간씩 줄을 선다. 블루보틀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음에도 매장 수를 제한한다는 점, 우리나라에는 처음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열광이 이해될 법도 하다. 더군다나 커피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제3의 물결’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으니 이 핫한 문화를 향한 열망도 마냥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커피 문화에 대한 열광이 다소 기이하고 과잉돼 보이기도 한다. 일단, 스페셜티 커피 문화 자체가 그렇게까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도 동네에서 핸드드립을 고수하는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스페셜티 커피를 도입한 국내 유명 매장도 이미 여럿이다. 한국 블루보틀의 고객 역시 이러한 문화에 대단한 가치를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블루보틀을 다녀간 많은 사람이 몇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그곳을 재방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현상에는 단지 블루보틀만의 특성이 아닌, ‘이미지’라는 다른 요소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는 국내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여러 인플루언서가 SNS에서 해외 블루보틀 매장을 인증하며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그 후 해외로 간 관광객들이 SNS 인증 글을 따라 그 나라의 블루보틀에 들르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됐다. 다시 말해 청년 세대 사이에서 이곳은 이색적이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블루보틀은 ‘유행하는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다. 즉, 이 현상은 사람들이 문화 경험을 열망하는 것만이 아닌 이 형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청년 세대는 가장 핫한 유행을 따르고자 하며 본인이 그 환상 속에 있길 바란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인증샷이 따라붙는다. 블루보틀에 방문한 대부분의 고객은 매장 내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인증을 남기는 행위를 통해 안심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이렇듯 블루보틀의 국내 상륙은 우리 삶에서 외적 요소가 핵심적인 것이 됐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의 열망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삶 또한 지배하고 있다. 이제는 이 이미지 자체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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