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밑에 놓인 동전의 높이가 여성과 남성이 각각 받는 임금의 차이를 나타낸다

‘양성평등’은 글짓기 백일장에서 어린이날 맞이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항상 등장하던 단골 주제였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양성평등을 외치며 자랐다. 2019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과연 여성과 남성, 양성은 평등한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 2019’를 참고했을 때, 2017년과 2018년 모두 우리나라는 100점을 만점으로 하는 이 지수에서 20점을 겉도는 점수를 받았고 29개 회원국 중 29위로 꼴찌를 차지했다. 이는 회원국 평균 점수인 60점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으며 성 평등 부문에서 최하위 등급인 ‘적색 등급’을 받았다. 5년 전과 7년 전 혹은 그전에도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기에 이제는 더 놀랍지도 않다.

 

이미 기울어진 저울 위에서 임금을 책정하다
  양성이 같은 선상에 놓이지 않은 지금, 여성의 임금은 안녕한가? 2017년을 기준으로 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34.6%에 달했다. 누구나 다 예상했듯이 여성이 남성보다 34.6% 덜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OECD 평균의 2배가 되는 수치며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임금을 받으려면 여성에게는 85일간의 추가적인 노동이 필요하다. 또 다른 OECD 조사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의 평균 비율은 85.9%이었지만 한국의 경우 64%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남성이 약 100만 원의 월급을 받았을 때 여성은 64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관리자와 여성 기업 이사 비율도 평균과는 한참 떨어진 각각 12.5%, 2.3%만을 차지했다.


  국내기업을 예시로 들어보자. 롯데그룹의 육아휴직제도를 홍보하는 광고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남성 중심적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인 롯데그룹의 경우 ‘2019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에 계열사인 롯데면세점이 선정됐다. 여성 노동 여건이 타 기업보다 나아 보이는 롯데면세점에서도 남녀 간의 임금격차를 비교해봤을 때조차 작년 기준 남직원의 급여는 7,400만 원이었지만 여직원은 5,400만 원 밖에 받지 못 했다.

      △OECD 회원국의 유리천장 지수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오로지 여성만이 유리천장과 마주한다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취업 시장은 더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험난한 과정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을 때 여성에게는 단어가 하나 따라붙는다. 바로 ‘유리천장’이다. 197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한 ‘유리천장’이라는 단어는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우리나라 30대 기업 임원진의 성별에 대한 사례를 유리천장의 예시로 들 수 있다. 국내 30대 기업 임원진의 성별은 남성 3,304명, 여성 153명이었으며 96:4의 성비를 보였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소수였다. 그 중 아모레퍼시픽이 21%로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신한금융지주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에는 여성 임원 비율이 0%였다. 여성과 관련한 각종 복지와 취업 정책이 하나 둘 나오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여성 임원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리천장이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이유는 △남성은 생계부양자라는 생각 △남성을 선호하는 인식 △여성의 결혼과 출산 등 이상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회에 자리 잡은 가부장제의 여파로 인해 아직 남성만을 한 가정의 버팀목이 되는 생계부양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여성의 승진 기회와 임금, 더 나아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뺏는다. “남자 직원은 가정이 있으니까 승진해야 해”, “그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돈이 더 필요해. 그렇기 때문에 여자인 너를 승진시킬 수 없어” 이말은 올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계가 설문조사한 ‘나의 페이 미투’에서 여성 직장인들이 직접 말한 직장에서의 성차별 사례다. 두 여성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성별이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과 임금 인상의 기회를 놓쳤다.


  남성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은 아직도 여성을 남성의 보조를 맞춰주는 생계 보조자로 인식하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2018년 청년층의 맞벌이 가구는 61%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만이 가정을 책임진다고 확답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런데도 여성은 아직도 온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남성이 받는 임금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고 있다.

 

성차별, 진정으로 사라졌나요?
  특히 회사에서 남자를 선호하는 사상은 유리천장을 두껍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남자가 주를 이루는 직장에서는 금녀의 구역이라, 여자가 주를 이루는 회사에서는 얼마 없는 귀한 남자 직원이라는 이유로 남성은 어느 직장에서든 여성보다 선호된다. 이를 대변하듯 2018년 구인 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489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 중 60.7%가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에 더하여 채용에 더 유리한 성별을 물어봤을 땐 남성들이 더 유리하다는 응답이 68.4%, 여성이 유리하다는 답이 31.6%를 차지해 2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2017년,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여성 응시자 7명이 탈락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장은 평소 가스안전공사 직원이나 지인들에게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채용 과정의 점수를) 조정해 탈락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키라는 내부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성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벌 기회를 잃어가고 있었다.

      △30대부터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M자형의 그래프가 나타난다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나라는 3차 교육(고등교육)이수자의 남녀 비율이 6.6%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참여 인구의 남녀 비율 차이(20.3%)에서 28위를 차지했다.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노동인구 비율의 격차는 꽤 심하다.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M자 형태를 띤다. 20대에서는 오히려 한국 여성들의 고용률이 OECD 국가 평균보다 2.5%p 높게 나타나지만 30-34세에서는 6.3%p 낮아지고 35-39세에는 –10.3%p, 40~44세에 –6.3%p를 기록하며 이를 넘어가면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고용률이 처음으로 낮아지는 시점은 여성의 출산 시기와 정확하게 맞물린다. 출산을 이유로 승진 경로가 차단되고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점의 주요한 원인을 출산으로 꼽았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일명 ‘경단녀’는 출산 후 재취업을 하며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회사로 가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를 양산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50% 증가하면 9.8%의 국내총생산(이하 GDP) 증가폭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이 같아진다면, GDP가 19.5% 정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2017년 기준 중국의 GDP가 6.7%였다는 것을 참고하면 이 수치는 어떠한 정책으로도 이뤄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결과다.


  출산과 육아의 가능성이 있어, 남성을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선 때문에 우리 사회의 여성은 경력이 단절되고 임금 인상을 양보해야 하며, 취직의 기회까지 잃어야만 한다. 일부는 남성이 힘이 더 드는 일을 하므로 여성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들은 여성들이 주로 비정규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당연히 적은 임금을 받는다고 말한다. 시대착오적인 그릇된 생각으로 현상을 해석하지 말고 수많은 여성이 왜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는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현지 기자 guswl59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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