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방자전>과 해외 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하녀>. 2010년 수백만의 관객을 모이게 한 두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여배우의 ‘노출'이다. 영화 자체의 작품성도 영화 흥행의 이유 중 하나지만 노출 역시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는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을 들었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당시엔 영화에 노출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원작보다 여배우의 노출신이 많지만 누구도 ‘파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이미 외국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개방된 성문화를 접하게 됐고 배우들의 노출 역시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예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마케팅을 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노출마케팅'이다.


개방된 성문화가 일으킨 연극계의 새바람
   불황이라던 연극계도 노출마케팅으로 전회 매진된 연극이 있다. 바로 여배우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연기하는  <교수와 여제자2>이다. 이 연극은 19세 미만은 관람할 수 없는 성인연극으로 교수의 성 불감증을 고치기 위해 제자가 ‘도움'을 준다는 줄거리이다.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다른 연극들은 하루 1회 공연에도 관객이 차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교수와 여제자2>는 하루 2회 공연에도 전회 매진이다.
   <교수와 여제자2>는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사건 사고도 많았다. 공연 중에 관객이 무대 위로 난입하고 관람 중이던 관객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 일로 인해 당시 연기를 했던 여배우가 심적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중도에 하차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연극은 한동안 외설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연기한 <논쟁>의 한 장면
또 다른 알몸연극 <논쟁>은 18세기 쓰인 프랑스 대표작가 마리보의 연극으로 4명의 남녀배우가 연극 내내 알몸으로 연기한다. 이 연극은 갓 태어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한 쌍씩 격리시켜 자라게 한 후,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생전 처음 보는 이성을 만나게 하면서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빨리 변심 하는가'를 실험하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등장하는 남녀의 모습은 흡사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닮았다.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탐구하고, 알아가고, 깨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 <논쟁>은 외국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이성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유쾌한 논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외설과 예술은 종이 한 장 차이
   연극 <논쟁>을 기획한 장연희 씨는 한 인터뷰에서 배우들을 ‘꼭 벗겨야 했느냐'는 질문에 “현대인들이 입고 있는 옷, 가방, 신발 등은 모두 그 사람의 껍데기일 뿐이다. 그런 껍데기를 따르고 추종하는 현대인들에게 아무것도 없는 날 것 상태에서 오는 이성의 감정들을 연극 ‘논쟁'은 가장 솔직하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옷은 하나의 장치이자 도구라고 말하며 알몸인 배우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몇 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공연내용에 쏠리게 된다고 했다.
   공연을 본 관객들도 처음엔 ‘벗었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배우들의 알몸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요즘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에 관객들 또한 많은 훈련이 되고,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 두 작품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의 내용보다는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장연희 씨는 “비록 호기심으로 극장을 찾게 됐다고 해도 작품을 본 후 배우들이 전하는 메시지나 작품 자체를 이해하고 즐기게 된다면 썩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선정적이라는 것이 공연 흥행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장 씨는 노출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침체되는 공연가에 활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과 외설의 기준은 보는 시각과 민족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관객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외설이 될 수도 있고 예술이 될 수도 있다. 좁은 관점으로만 작품을 바라보게 되면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힘들어진다. 작품의 노출 수위에 따라 외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보다 넓은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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