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년기념관 화장실 창가에 놓인 예쁜 화분을 본 적이 있는가? 화분이 놓인 창틀에는 미화노동자와 학우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붙어있다. 우리는 미화노동자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안녕을 바란다. 하지만 제대로 된 휴식공간조차 없는 그들의 열악한 현실은 정작 안녕하지 못하다. 학교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환경미화원의 현실을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화 업무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학생관을 담당하는 미화노동자는 지하 1층 매점 앞 컴퓨터 책상과 곳곳에 놓인 의자와 복도 등 학생관의 모든 공간을 청소한다. 그곳에 있는 동아리방과 회의실에선 매일같이 혼자 들 수 없는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또 다른 학생관을 담당하는 노동자는 이를 홀로 처리하고 있다. 지금도 노동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폐쇄됐던 여성학센터가 박물관으로 전환됨에 따라 청소할 건물이 더 늘어났다. 하지만 학교는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고 심지어 미화 노동 인원을 감축했다. 이로써 노동자 두 명이 각각 학생관과 여성학센터 건물을 담당하게 됐다.

  더불어 학교는 청소용역노동자를 위한 기본적인 청소도구조차도 충분히 구비하지 않고 있다. 층마다 대걸레 탈수기가 구비돼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학교는 노동자당 하나의 탈수기를 배정했고, 이마저도 그들 스스로 들고 다니도록 했다. 미화원들은 넓은 학내를 청소하기 위해 대걸레 2개와 3-4개의 걸레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다녀야 한다. 이미 양손이 무거운 상태로 탈수기까지 갖고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그들의 손은 매일같이 무거운 것을 드느라 손가락 관절염이 생기기 일쑤다. 또, 대걸레를 포함한 모든 걸레를 직접 손으로 빨아 쓰기 때문에 습진 또한 피할 수 없다.

  교내 구성원에게 깨끗한 건물과 거리, 화장실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학교는 이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비좁고 열악한 휴식환경 개선 요구에도 묵묵부답인 태도로 일관했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에 맞는 대우를 마땅히 받아야 한다. 학교는 그들이 의무를 다하길 바라지만 말고 그 의무를 수행하는 미화노동자의 권리보호와 노동 환경 개선에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노동자의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학우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동덕여자대학교 성인권위원회 준비위원회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