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달인 5월, 서울에도 다양한 축제가 진행돼 그 열기가 뜨거웠다. 거리에서 보는 각양각색의 공연부터 평소 접하기 힘든 화려한 서커스, 그리고 고즈넉한 풍치를 느낄 수 있는 경복궁 야간 개장까지. 기자들이 직접 가보고 기록한 서울 도심 속 축제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껴보자.

하주언 기자 gkwndjswn2@naver.com
김가희 수습기자 skyballoon00@naver.com
노희주 수습기자 nnwriggle@naver.com
전진희 수습기자 gml006889@naver.com

어둠이 오면 막이 오르는 낭만의 궁전

  지난달 11일부터 우리 문화의 역사성 및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민족 문화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 경복궁 야간특별관람이 열렸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축제는 주말이면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다행히 기자는 평일 저녁에 방문해 여유로운 마음으로 경복궁을 관람할 수 있었다. 경복궁에 들어서니 한복을 입은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었고, 미소를 띤 채 경복궁을 산책하는 그들의 모습은 조선 시대 길거리처럼 예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조선 시대 때 연회장으로 사용된 경회루였다. 한 척의 배 마냥 물에 떠 있는 모습은 건물의 우아한 자태를 조금 더 돋보이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궁에서 만나는 우리 춤, 우리 음악’이라는 주제로 무용과 판소리 등의 전통 공연도 진행됐다. 화려한 무대는 경복궁 관람에 흥을 돋웠다. 이렇듯 조선의 건축물뿐만 아니라 예술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경복궁 야간특별관람전은 도심 속에서 역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경복궁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 근정문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겼다. 조선 시대 정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만큼 그 자태가 화려했다. 근정문을 지나 도착한 근정전의 내부는 겉모습만큼 웅장했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관람객들도 그에 압도당했는지 정숙한 태도로 조용히 탄성을 질러댔다. 마치 조선 왕조의 기품을 건물에 그대로 담아낸 듯했다. 근정전을 나와 곧바로 경회루로 향했다. 서서히 조명이 켜지며 경회루의 모습이 물에 비치니 한 폭의 동화처럼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조선의 건축물과 조명이라는 현대 문명이 어우러진 광경은 어색함보다 수수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 앞에 있던 사람들 모두 경회루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기자는 그 자태를 담기 위해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경복궁을 나가는 길, 한쪽에선 춘향전을 주제로 한 국악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몽룡을 한양으로 보내고 외로움을 드러내는 춘향의 가사에 마음이 적적해졌다. 조선의 문화와 더불어 과거와 현재가 만들어낸 경복궁의 모습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거리공연으로 무대 공간의 벽을 허물다

  지난달 17일부터 사흘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학로거리공연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이 축제에서는 연극과 음악, 마임, 시민 체험 워크숍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었다. 올해는 '길의 연작'이라는 주제 아래 5개로 구성된 테마 공연 <광장, 사람 그리고 풍경>이 개최됐다. 이외에도 고재경의 <마임쇼>, 코믹 인형극 <빈대떡 신사>, 독립공연예술가네트워크의 <아주 작은 극장>과 같은 여러 가지 공연이 거리 곳곳에서 펼쳐졌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극뿐만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인 극단 사다리의 <생의 움직이는 극장>도 준비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직접 축제에 참여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 축제는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을 거리공연으로 가득 채워 시민들에게 문화가 깃든 하루를 제공했다.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 경계 없는 자유로운 거리에서 이뤄진 연극과 공연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통해 진행됐고, 시민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띤 채 축제를 즐겼다.

  축제 장소였던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해 처음 본 연극은 <즐거운 문학 식당>이었다. 극 중에서 손님이 원하는 맛을 주문하면 요리사는 요리하듯 타자기로 글자를 쳐 문학작품의 한 문장을 읊어주는 새로운 구성의 연극이었다. 평소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공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눈과 귀를 사로잡는 다양한 공연이 행사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중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세트장에 이끌려 연극〈아주 작은 극장>을 보게 됐다. 이 연극은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상자로 만들어진 세트장에 눈을 대야 막이 오르는 형식이다. 나만을 위한 공연이라는 점도 놀라웠고, 작은 소품부터 음악까지 공연자의 정성이 닿지 않은 것이 없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빗방울이 앞을 가리는 날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주최 측에서 나눠준 우비를 입고 연극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공원으로 모였다. 아무것도 없던 공원은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금세 화려한 무대로 변했다. 거리공연 축제를 관람하면서 배우들이 공연하는 곳이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서커스 텐트 속에서 현대 예술의 꽃을 마주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1급 보안 시설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의 생태문화공원으로 재조성됐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난달 11일부터 26일까지, 주말마다 ‘서커스 시즌제’가 무료로 열렸다. 행사장에 방문했을 당일에는 먹구름이 가득한 날씨였지만, 수많은 사람이 몰린 모습은 이 서커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하는 듯했다. 이날 이뤄진 행사는 모두 선착순으로 진행됐고 시작 30분 전부터 손에 도장을 찍고 입장할 수 있었다. 서커스 텐트 안에서 동그랗게 모인 관객들은 휘황찬란한 손동작이 돋보이던 ‘더 프레임’과 익살스러운 밴드를 연출한 ‘체어, 테이블, 체어’를 보며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크게 환호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실을 둘러보고, 석유 탱크를 개조한 특색 있는 건물들을 구경하며 흥미로운 산책도 즐길 수 있었다. 서커스 시즌제는 다양한 공연과 공간적 특성을 잘 살린 볼거리가 더해져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축제였다.

  ‘서커스 시즌제’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은 공중밧줄을 활용해 스스로와 싸우며 상처를 극복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우주 고래’였다. 서커스 단원이 종이봉투를 뒤집어쓰거나 몸에 테이프를 감으며 가시적으로 상처를 보여주는 화려한 신체 행위 예술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도 공연자의 고통에 공감해 깊게 몰입했고, 극복의 순간에는 모두 서커스 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다음으로 본 공연 ‘수직’은 꼭대기를 지향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였다. 초반에 세 남자는 위를 올라가려는 옆 사람을 방해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는데, 그 모습이 경쟁 중심적인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해학적인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다 협동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들이 서로 손을 내밀어 올라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수평적인 사회를 지향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했다. 서커스 시즌제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현대인의 고민을 잘 버무린 공연들을 보여줬다. 그 공연 속에 스며든 풍자적인 요소를 보며 현대 서커스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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