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종영한 드라마 <미생>을 짬을 내서 다시 보는 중이다. 드라마에서 몇 없는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영업 1팀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는 ‘지영’이었다. 그는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면서도 차장까지 빠르게 승진한, 한마디로 능력 있는 ‘워킹맘’이다. 하지만 뛰어난 그마저도 가정과 일터를 모두 지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지영의 모습은  ‘학생 기자’로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계속해서 목을 죄어오는 마감 날짜와 뜻대로 잘 안 되는 인터뷰 대상자 물색. 계속해서 엎어지는 아이템들과 다른 기사 주제를 찾아보면 어떻겠냐는 외부로부터의 제안까지. 기자들이 학보 발행 기간에 마주하는 어려움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기혼 여성 직장인만큼 힘듦을 토로할 수는 없겠으나 학점, 어학 점수, 자격증 등 많은 것을 요구받는 학생과 완벽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병행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기성 언론사처럼 힘이 있지도 않고, 본업도 아니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일개 학보사 기자는 자주 을이 되길 자처할 수밖에 없다. 외부의 반응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치이는 데에는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당당히 취재하자고 늘 자신을 다독여도 학생과 기자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다가오는 힘든 순간은 여러 번 찾아온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학생으로서 공부하고, 기자로서 취재를 이어나간다. 모자란 것이 당연하다고, 우리는 아직 ‘미생’이라고 다독이면서 말이다. ‘병행’의 가치는 남이 잘 알아주기 힘들어도 누군가 우연히 읽을 그 기사 한쪽을 위해, 학생기자는 오늘도 열일한다. 
임나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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