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한 후 놀랐던 것 중 하나는 간식 행사에서 비건용을 따로 준비하는 학우의 모습이었다. 있는 줄도 몰랐던 비건 간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연스레 ‘채식’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우유와 유제품, 달걀까지 허용되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에 도전해봤다.

  처음에는 삶은 달걀과 가지구이, 숙주버섯볶음 같은 반찬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평소 채소에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채식 이후 왠지 소화도 잘되고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채식 생활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평소 자극적인 맛을 좋아했기에 간이 심심한 채식은 금방 질렸고 맵고 짠 음식은 나를 유혹하기 바빴다. 특히 사흘째 점심으로 먹은 단체 도시락 속 반찬은 전부 고기였다. 채식을 다짐한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밥과 단무지뿐이었다.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눈을 떠보니 이미 젓가락은 고기반찬을 집고 있었다. 
 
  20년간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혀는 쉽게 바뀌지 않았고 결국 채식을 완벽히 이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무리라도 멋있게 하자는 생각에 7일째 되는 날, 숙대입구역에 위치한 비건 식당을 찾아갔다. 기대 없이 주문한 토마토 리소토는 알고 있는 맛과 비슷했고 심지어 맛있었다. ‘채식’하면 떠오르던 초록색 채소가 지워지고 마냥 맛이 없다는 편견이 깨지던 순간이었다.
 
  일주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고 생활하는 채식주의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한, 너무 많은 동물이 사람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어 앞으로 조금씩 채식을 해보려 한다.
김가희 수습기자 skyballoon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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