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끈기의 상징과 같다. 그만큼 긴 시간과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이다. 문득 끈기를 시험해보고 싶어 덜컥 마라톤 10km 코스를 신청해버렸다. 처음이기에 좋은 기록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뒀다. 우선, 대회 전 일주일간 연습 삼아 매일 러닝머신을 뛰었다. 그러나 10km는커녕 그 절반도 채 달리지 못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오직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는 사실에 지루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완주의 꿈은 점점 멀어져가는 듯했다.

  지난 3일 오전 8시, 대회가 열리는 상암동 평화의공원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보려 해도 온 근육이 굳어있는 느낌이었다. 출발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소리와 함께 러닝을 시작했다. 1km 지점에서 시계를 확인하니 출발로부터 고작 6분이 지나있었다. 예상보다 빨리 달렸다는 생각에 뿌듯해 속도를 붙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은 바닥났고 걸음도 느려졌다. 어느새 나는 긴 트랙 위를 혼자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첫 마라톤을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500m를 남기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결승선 코앞에 다다랐을 땐 더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렇게 1시간 23분 41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넘었다.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완주의 꿈을 이뤘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선선한 가을바람, 길옆에 흐르는 한강, 다른 러너들의 힘찬 구호 소리까지. 10,000m라는 거리를 지나며 만났던 장면들이 스쳤다. 흔히 우리는 어떤 일을 끝까지 해냈을 때 ‘완주했다’라는 표현을 쓴다. 매일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완주의 기쁨과 마주하기 위해 다시 긴 마라톤을 이어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김도헌 수습기자 heeng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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