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짜의 새로운 시리즈가 영화로 개봉하며 기현상이 하나 일어났는데, 그것은 원조 <타짜>에 등장한 캐릭터 ‘곽철용’이 새로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배우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은 도박하우스를 사업 삼아 운영하는 속물적인 캐릭터다. 정작 개봉 시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이 캐릭터는 개봉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인기 돌풍을 맞았다. 우리는 왜 일찍이 보았던 곽철용에게 뒤늦게 열광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아재 문화’가 주류 문화가 아닌 하위문화로 전락해 웃음의 소재가 됐다는데 이유를 찾고 싶다. ‘묻고 따블로 가!’를 외치며 자신의 순정을 자랑하는 곽철용은 마치 아재미를 자랑하는데, 그의 모습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완전한 웃음 코드로 통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그의 모습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창조해냈다.세월이 지나 재평가가 되는 사례는 또 있다. 이번 사례는 슬픈 경우인데 가수 ‘비’의 노래들, 특히 ‘깡’과 ‘차에 타봐’는 그의 의도와 다르게 요즘 들어 개그 소재로서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다. 물론 일부의 평가겠지만, 멋지고 섹시한 남성을 대표했던 비는 어느새 세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자아도취적인 남성으로 각종 영상에서 개그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연예인 재평가의 사례는 또 있다. 가수 김장훈은 독특한 발성 때문에 유튜브에서 ‘숲튽훈’으로 불리며 놀림과 애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지한 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는 ‘진짜 숲튽훈을 찾아라’라는 코너를 통해 김장훈의 발성을 따라 하는 모창 가수들을 모집했고, 김장훈은 여기에 기꺼이 참여해 자신이 소비되는 방식을 대중과 함께 즐겼다. 연예인에 대한 재평가를 연예인 스스로 즐기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런 일련의 사례들을 보며 한 가지 중요한 경향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재평가로 이뤄지는 문화 활동’이다. 문화 활동은 순수한 창조 활동으로 이뤄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재평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은 옛날 영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소비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창조해낸다. 새로운 세대와 시각을 통해 과거의 콘텐츠를 전혀 다른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창조적 행위. 이것이야말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문화 활동의 경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명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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