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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우는 미디어의 황색 송출
2019년 10월 14일 (월) 23:05:08 하주언 기자 gkwndjswn2@naver.com

 

   
 
  지난달 19일, 국내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잡혔다. 용의자가 밝혀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언론과 매체는 모두 떠들썩하게 이를 전했고, 여러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온통 용의자의 이름으로 도배됐다. 이와 함께 관심을 받은 것은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었다. 급기야 한 방송사는 범인이 밝혀진 당일 영화 편성표를 긴급 변경해 <살인의 추억>을 TV에 송출했다. 이에 질세라 언론들은 용의자 모친의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고, 범행 동기와 상세한 범죄 수법을 기사로 쏟아냈다.

  물론 <살인의 추억>은 이미 개봉한 영화고, 단순하게 접근하면 이를 방영한 것은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범인이 잡힌 당일, 편성표를 수정해 이 영화를 방영한 데에 시청률 외 다른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끓어오른 대중의 관심을 이용해 시청률을 노린 속물적 행태였기에 더욱 문제가 된다.
  더불어, 살해 수법을 자세하게 묘사한 보도는 가해자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기 때문에 2차 가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 또, 피해자의 상태와 범행의 동기를 나란히 헤드라인에 거는 기사는 피해자에 원인이 있다는 판단으로 잘못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용의자의 8차 사건을 다룬 기사의 일부 제목들처럼 ‘처제가 예뻐서 죽였다’ 식의 보도들은 용의자의 변명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자 피해자의 고통만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원초적인 자극을 쫓는 기사는 포르노에 가까운 보도에 불과하다.

  결국, 미디어의 이러한 행태엔 피해자 배제라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자극적인 사실만을 나열한 보도는 사건의 내부에만 집중하게 해 피해자는 결국 잊힐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는 포르노적인 보도의 명분으로 알 권리를 내세우지만, 피해자에 대한 존중보다 알 권리가 먼저일 순 없다. 이제 언론계와 방송사는 알 권리라는 명분 뒤에 숨는 자극적인 송출 방식을 버려야 한다. 더불어, 이들은 조회 수를 위해 제쳐놓은 윤리적 성찰의 공백을 메워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단독과 특종만 달성하면 된다는 결과론적인 취재 방식과 선정적인 보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하주언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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