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에겐 긴 시간을 들여 장문의 글을 읽고 정보를 취합할 시간이 부족하다. 신문과 출판업의 내리막길이 도래했다고 모두 입을 모으는 이때, 언론·출판계 새 장르의 콘텐츠를 들여온 이가 있다. 바로 신문의 시의성과 단행본의 깊이를 합친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리체어스의 대표 이연대(39) 씨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시사지 <이코노미스트>와 파트너십을 맺을 만큼 저돌적으로 성장 중인 스리체어스를 운영하는 그를 만나 글과 경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식 콘텐츠인 ‘북저널리즘’을 발행하는 스리체어스의 대표 이연대입니다. 국민대학교에서 임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미디어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북저널리즘은 어떤 콘텐츠인가요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로, 책과 뉴스의 장점을 결합한 지적 콘텐츠입니다. 북저널리즘을 만들게 된 계기는 텍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갈증 때문이었어요. 어느 순간 제가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문은 늘 읽었어도 볼 때마다 정보가 내 것으로 체화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정보의 업데이트는 가능했지만, 깊이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거예요. 이런 개인적인 경험들이 모여 ‘책의 깊이와 뉴스의 시의성을 결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발상이 됐고, 이를 콘텐츠로 제작한 게 지금의 북저널리즘입니다. 요즘은 검색만 해도 방대한 정보들이 나오기 때문에 해당 정보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따라서 맥락이 달라지잖아요. 이런 점에서 북저널리즘은 양질의 정보를 정제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지식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저널리즘의 간행 방식에 도입된 ‘전문가의 기자화’란 무엇인가요
  십여 년 전부터 의학 전문 기자처럼 특정 영역에서 ‘기자의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자의 전문화가 가능하다면, 이것을 뒤집은 ‘전문가의 기자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계가 됐든, 현장이 됐든 전문가가 쌓아온 지식과 저희 팀이 가진 저널리즘적인 감각을 결합하면 충분히 질 높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널리즘적 감각이란 아이템을 발굴하고, 최적의 저자를 찾는 것 그리고 단락의 흐름과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을 의미해요. 보통, 전문가의 글에 저희 팀이 문장 관련 조언을 드리면서 함께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방식으로 콘텐츠가 제작되죠.

기존의 플랫폼과는 다른 스리체어스만의 차별성이 있다면요
  먼저 기성 언론과의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소속 에디터 즉 기자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외부 저자를 필진으로 모셔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출판사와의 차이점은 기존 출판사는 편집자가 본인의 글을 쓰지 않지만, 저희 콘텐츠 중 몇몇은 저희가 직접 취재하고 집필하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이 점에서 스리체어스는 양측의 성격이 조금씩 섞인 플랫폼인 거죠. 스리체어스를 월정액 독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비교하자면 콘텐츠 톤의 차이를 들 수 있겠네요. 월정액 독서 앱들은 다양한 책들, 즉 과거의 책부터 신간 기록까지 독자가 그때그때 보고파 하는 것들이 모여 있죠. 그러나 저희는 읽을 가치(Worth reading)가 있는 것보다 읽어야 하는 것(Must read)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읽을 가치를 지닌 일반적인 책과 달리 뉴스는 읽어야 하는 콘텐츠에 가깝죠. 책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그치지만 뉴스는 본인이 관심 없는 분야까지 포함하니까요. 스리체어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들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죠.

독자와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스리체어스는 주로 PC와 모바일 매체로 소비되는 플랫폼이지만, 오프라인 모임을 자주 가지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달엔 6번 정도의 오프라인 모임을 마련했고요. 저희는 이 모임을 콘텐츠의 연장선이라고 여겨 대면 콘텐츠라고 부릅니다. 최근엔 대면 콘텐츠의 종류와 수를 확장하려 하고 있어요. 물론 정기 구독 프로그램인 ‘프라임 서비스’ 내 ‘컨시어지’라는 소통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횟수를 늘리려 하는 이유는 독자와의 직접 대면을 통해 더욱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피드백이라고 해서 단순히 이용자의 불편을 듣는 자리는 아니고, 대부분 저자를 모시고 강연을 하거나 클래스를 진행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다가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전향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원래 책이나 기사를 읽는 텍스트 소비량이 많은 편이었고, 그러다 보니 텍스트 산업은 제 관심 분야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글 관련 분야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어렴풋이 늘 있었죠. 무엇보다, 보좌관으로 국회에서 담당했던 업무 중 연설문을 쓰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글을 다루는 일엔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7년을 일하니까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워낙 글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텍스트 콘텐츠 쪽으로 전향하게 된 것 같아요.

대표님만의 글 혹은 경영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경영 관련 이야길 드리자면, 저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매일 새로운 시도들이 쏟아지잖아요. 이를테면, A라는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B라는 집단에서 새로운 개념의 것을 내놓는 것들이요. 저희도 이를 지켜볼 때마다 조바심이 들고 벤치마킹을 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5~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 접근방식이 유효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다가가면 불확실한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 점에서 저희가 내린 결론은 본질에 가까운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더불어,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시장은 이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최소 시간에 최상의 지적 경험을 제공하는가’, ‘최고의 저자가 최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가’라는 질문이자 조건을 늘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운영하려 합니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에게 추천하는 활동이 있다면요
  먼저, 본인이 창업하고 싶은 분야 혹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짧게라도 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단한 경험은 아닐 수도 있지만, 크고 작은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추천해요. 사회에 나가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을 지배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곤 하거든요. 예를 들어, 회사에 기획안을 내면서도 확신이 없어 망설이게 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대학생부터 작은 일이더라도 내가 기획하고 추진해보는 연습을 하고 이를 통해 확신을 얻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그래야 그 기획이 실패하더라도 피드백과 반성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스리체어스가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희 목표는 북저널리즘이라는 브랜드를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 바꾸는 거예요. 지금의 북저널리즘은 저희 팀이 풀어내고 있는 과정 속의 콘텐츠 이름이잖아요. 앞으로는 북저널리즘이 일반 기사보다 훨씬 깊이 있으면서 분량을 가진, 그러나 책보단 좀 짧은 저널리즘적 글을 칭할 때 쓰이는 용어가 됐으면 좋겠어요. 포토저널리즘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듯이요. 북저널리즘이 그런 이름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팀의 목표입니다.

언론, 출판업계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동덕여대 학우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일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보는 훈련을 많이 해보라는 것이고요. 콘텐츠 쪽에 좁혀서 말씀드리면 대학생 때 최대한 읽고 쓰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길 바라요. 학보사든 교지든 글과의 접점을 만들어 원고지 한 장이라도 더 쓰고 졸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하주언 기자 gkwndjsw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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