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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를 찾아서 보란 듯이 특화하세요"
2019년 11월 12일 (화) 01:27:20 정보운 기자 bounj0719@naver.com
   
△승무원과 작가라는 정체성 속에서 자신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녹여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지병림(41) 씨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비행기를 타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 모든 승객은 가족처럼 느껴진다며, 그들이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 비행기에 다시 탑승해 인사할 때 가장 뿌듯하다는 그. 동덕여자대학교(이하 동덕여대) 동문이기도 한 카타르 항공사 객실 사무장 지병림(국어국문 99년 졸)(41) 씨를 만나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그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와 가치관을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타르 항공 객실 사무장 지병림입니다.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어요. 2007년 카타르 항공에 일반 승무원으로 입사해 계속해서 쌓은 커리어가 내년이면 14년 차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니 제 모든 꿈은 동덕에서 시작됐고, 그 한결같은 인연이 어느새 20여 년이 넘었네요.

카타르 항공 객실 사무장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궁금해요
  카타르 항공사 승무원들은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를 기점으로 전 세계 160여 개 도시를 비행합니다. 사무장인 저는 기내 전 구역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져요. 전체 팀원들과 하나가 돼 모든 승객이 불편함 없이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카타르 항공사는 다국적 외국인 노동력을 100% 현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승무원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길 꿈꿨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져 결혼 재촉이나 받는 당시의 제 현실이 답답했어요. 우리가 꾸는 꿈이 서로 다른데도 획일화된 질서나 체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나를 죽이고 맞추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죠. 그러기 위해선 제가 살아온 모든 환경이나 편견,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대적이라고 믿으며 자신을 구속했던 한국에서의 편견이나 규칙이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졌어요.
 
승무원과 작가를 병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승무원이 된 후에 제가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전공도 국문학이고, 소설로 등단해서 작품 활동을 하다 승무원이 된 경우입니다. 승무원이 되면 자유롭게 세상 구경을 하며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껏 쓸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소설책을 냈다가 안 팔리면 손해 볼까 생계를 걱정하는 작가가 아닌, 출판사 눈치 보지 않고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승무원이라는 직업으로도 입지를 다지고, 제가 정말 원하던 작가로도 자리를 잡았더라고요.

작가와 객실 사무장을 병행할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 있다면요
  진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고 있으면 돼요.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작업이나 행위를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행복해지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는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요. 전 글 쓰는 일과 비행하면서 여기저기 이동하는 일 모두 너무 재밌어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초심이 원동력이라고 믿습니다.

중동 문화권의 생활이 힘드신 적은 없었나요
  지금까지 중동에 살면서 아주 작은 대가도 노력 없이 거둔 적은 없었습니다. 낯선 환경이나 문화를 존중하려고 노력하면 쉽게 풀리는 것들이, 내 권리만 당연시하면 견디기 힘들어지더라고요. 한국이 그립다는 점도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가족과 늘 떨어져 지내야 했으니까요. 제가 한국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거든요. 물론 힘들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돌이키면 통증이 되살아나지만 지나고 보면 그런 기억마저도 다 좋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승무원으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탑승하신 승객분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하기하실 때가 가장 보람되고 뿌듯합니다. 부푼 마음으로 휴가를 떠나는 일가족 모두가 아무 사고나 탈 없이 건강하고 밝은 표정으로 비행기에서 다시 만날 때도 기분이 좋아요. 저희가 운항하는 동안 갑작스러운 사고나 응급상황 없이 즐겁게 식사하시고, 영화 감상도 하시다 웃으며 내리실 때, 그날 비행은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무장님만의 비행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취업을 넘어 인생 전체의 의미를 다시 쓰기 위해서 비행을 시작한 만큼 카타르 항공을 제 남편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요. 인생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운명처럼 만난 일터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준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비행을 열심히 하는 건 제가 회사에 보답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에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건 본인 몫이지만, 자신을 알아봐 준 기업에 대한 책임과 신의를 지키는 것도 성숙한 삶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동덕여대 재학 시절 대학 생활이 궁금해요
  학교에 입학해 1학년 1학기 중순까지 DEBS 방송국에서 보도부 리포터 생활을 했었어요. 언론계에 관심이 많아 4학년 졸업반 때는 ‘캠퍼스 라이프’라는 대학신문 학생 기자 활동도 했고, 서인천 케이블TV에서 리포터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기내 방송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싶으신가요
  앞으로는 작품에 온 힘을 모아 지난 세월 동안 이슬람 문화권 안에서 보고들은 모든 인물과 사건을 녹여내고 싶어요. 죽어서도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하는 게 목표예요. 영문 번역본을 만들어 세계 책 시장에 선보여서 세상의 다양한 독자층과 교류할 수 있는 작가로 크게 성장하는 것도 꿈입니다. 비행 하나만으로도 고단한데 내가 무엇을 위해서 무료 멘토링을 하며 취업을 돕고, 여러 권의 책을 써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어요. 그때 문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모조리 상실하고 글쓰기를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동덕여대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각자의 전공에 몰입할 뿐 아니라 제2외국어 및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경험을 쌓으세요. 졸업 이후 이어질 평생의 삶에서 단단히 버텨나갈 기초 체력을 키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마세요. 요즘처럼 세계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다양한 민족과 경쟁하며 상황의 변수에 따라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존심을 계산할 시간에 자존감에 근거해 선택과 몰입의 계산을 끝마친 사람이 성공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동덕인 여러분, 건투를 빕니다.
정보운 기자 bounj07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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