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엊그제 프리미어리그 봤어? 토트넘이랑 맨시티 중에 어디가 이겼어?”
  “크라우치가 자책골 넣어서 맨시티가 이겼어. 1 대 0으로”
  기자가 숭실대 학생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들은 남학생들의 대화 내용이다. 여대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스포츠 이야기가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남학생들이 대화 사이에 자연스럽게 내뱉는 거친 욕설은 기자를 흠칫 놀라게 했다. 대화를 나누는 남학생들의 굵직하고 낮은 목소리도 대화 내용만큼이나 낯설었다.
  눈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니 여대생들의 로망인 ‘캠퍼스 커플’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반찬을 먹여주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밥에 반찬을 올려주면 남자는 여자에게 국을 먹여 줬다. 계속 쳐다보기가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니 다른 캠퍼스 커플이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보였다. 밥을 다 먹으면 여자 친구의 식판을 치워주고 가방과 전공서적을  대신 들어주는 다정한 남자친구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그러나 캠퍼스 커플보다 더 부러웠던 건 남녀가 함께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었다. 친구들끼리 크게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이 기자의 시선을 끌었다. 친한 친구 사이로 보이는 다섯 명의 학생들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서로 때리고 장난치며 밥을 먹었다. 여대에선 불가능한 남녀 친구 사이가 공학에선 자연스럽고 흔한 상황이어서 기자는 씁쓸해졌다.     
  누군가는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말한다. 기자는 이 말을 생각하며 여대 학생식당을 떠올렸다. 여대 식당엔 애인이 밥에 올려주는 반찬도, 남녀가 한자리에서 먹는 즐거운 식사도 없지만 학교생활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함께 나누는 동성 친구가 있다. 누군가에게 국을 떠먹여 줄 필요 없이 자기 밥만 잘 먹으면 되는 편한 여대 식당. 이곳에서 친구들과 ‘여자들만의 고민’을 나누며 밥을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변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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