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관 5층 테라스 LPG용기보관함에는 ‘화기엄금 절대금연’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그 앞에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다
  본교 예지관 5층에 있는 넓은 테라스는 학내 구성원의 암묵적 흡연구역으로 공유된 지 오래다. 쉬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테라스에서 흡연을 즐긴다. 하지만 그 테라스 안에는 LPG용기보관함이 비치돼있고, 그 아래에는 ‘화기엄금 절대금연’이라는 글자가 붉은색으로 적혀있다. 겸임 교수 A 씨에 따르면, 실제로 2018년경 학우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재 위험이 큰 금연 구역에서도 자연스레 흡연이 이뤄지는 이유는 캠퍼스 내에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중 심리가 만들어낸 암묵적 공간 
  비공식적 흡연구역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대학원 1층 매점 뒤 △백주년기념관 6층 야외 테라스 △인문관 옆 공원 △학생관과 동인관 사이 통로 등이 대표적인 흡연구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아무도 이곳이 왜 흡연구역이 됐는지 모른다. 그저 ‘남들도 하니까’ 식의 마음으로 이용할 뿐이다. 게다가 공간 대부분이 비흡연자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이 원하지 않는 냄새를 맡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학내 커뮤니티에는 마구잡이로 버려진 담배꽁초를 고발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지만, 캠퍼스내 야외 흡연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규정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따라 대학교의 모든 교사(校舍)는 금연구역으로 설정돼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측 담당자는 “캠퍼스 내 야외 공간은 금연구역이 아니다”라며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음을 밝혔다. 이어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학교 측에서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고 처벌할 근거 또한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는 26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내 흡연구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행 결과,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가리지 않고 설문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학생이 학교 측에서 공식적인 흡연구역을 지정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는 ‘교내 공식적인 흡연구역 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89%(235명)의 학우가 ‘필요하다’라고 답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공식적인 흡연구역 지정이 반드시 ‘흡연자의 편의’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고 혐연권을 올바르게 보장받기 위해 흡연구역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87.7%(207명)의 비율을 차지했다. 즉, 공식적인 흡연구역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조사에 반영된 것이다.   
                                  △본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의 일부분이다
학교가 나서 구체적 대안 마련해야
  광운대학교나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대) 등 이미 많은 학교에서 공식적인 흡연구역을 지정해 학우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숙대의 경우, 흡연구역 지정 후 금연구역의 흡연자수가 줄어 그로 인한 민원의 빈도가 현저히 낮아진 사례가 있다. 혹은 캠퍼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하고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지난 대동제에서 보건복지부 금연서포터즈 부스를 운영했던 이지연(보건관리 17) 학우는 “강한 환풍 시설을 설치해 담배 냄새가 쉽게 배지 않는 흡연 부스를 만든다면 흡연자의 이용률을 높여 흡연권과 혐연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제 학우들의 요구 사항에 학교가 대답할 차례다. 아직 본교는 공식적 흡연구역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그들이 진정으로 학생을 생각한다면 암암리에 운영되는 흡연구역을 없애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흡연 공간을 설정해야 한다. 
임나은 기자 dong773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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