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들에겐 잠시 숨을 돌리는 것조차도 사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이들에게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하느라, 과제 하느라,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느라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았던 당신. 방학 동안 만큼은 아무런 걱정 없이 ‘아트 테라피’를 즐기면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보운 기자 bounj0719@naver.com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노희주 수습기자 nnwriggle@naver.com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스티커 아트북
 
  어릴 적 문구점에 가면 형형색색 스티커를 종류별로 사 모을 만큼 애정이 남달랐고, 다이어리에 스티커 붙이기를 즐겨 했다. 유년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은 스티커는 자연스레 아트 테라피의 일종인 ‘스티커 아트북’에 관심이 가도록 도왔다. 그중에서도 영화 ‘라라랜드’의 환상적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그리스피 천문대가 인쇄된 도안을 선택해 도전해봤다.
 
  스티커 아트북은 스티커를 붙여 완성하는 컬러링북의 일종으로, 즐기는 방법이 비교적 단순하다. 본 책과 스티커 책 두 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 책에는 스티커를 붙일 수 있는 도안, 스티커 책에는 스티커 조각이 들어있다.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고른 뒤 스티커를 떼어 도안에 쓰여 있는 번호에 알맞게 붙이면 된다. 처음에는 ‘스티커 붙이는 게 뭐가 어렵겠어’라며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290번대까지 있는 스티커의 양에 놀랐고, 촘촘하게 붙어 있거나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스티커를 붙이려 집중할 때는 눈이 피로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힘든 것도 잠시, 섬세한 작업에 몰두하니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졌고 잡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작품 하나가 완성됐다. 가까이서 보니 집중해서 붙인 곳은 정교했고 다른 생각을 하며 대충 붙인 부분은 삐뚤빼뚤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작품을 끝내고 보니 제법 하나의 걸작처럼 보여 작은 스티커 조각을 붙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뿌듯함이 샘솟았다.
 
  과제와 학업,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치여 지친 하루를 보냈다면 스티커 아트북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아무 생각 없이 스티커를 붙이며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어느 순간 예쁘게 완성돼있는 작품에 흐뭇한 미소도 지을 수 있다.


 

스트레스와 힐링 그 사이 어딘가, 스크래치 페이퍼
 
  호주 여행 때 봤던 오페라 하우스의 아름다운 야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 요즘, 우연히 시드니의 야경을 담은 ‘스크래치 페이퍼’(이하 스크래치)를 발견했다. 그때의 멋진 풍경을 재현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크래치에 도전해봤다. 
 
  스크래치는 아트 테라피의 일종으로 까만 종이에 회색 선으로 도안이 그려져 있다. 이를 끝이 날카로운 막대기인 스크래쳐로 긁어내면 까만 바탕에 깔려있던 새로운 색깔이 수놓인다.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세밀함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처음에는 의도한 바와 다르게 선이 엇나가기 일쑤였다.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며 작업하는 과정 때문에 목은 금세 뻐근해졌고, 예상하지 못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피로감이 쌓였다. 완벽하게 완성하고 싶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대로는 스크래치로 치유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완벽함에 대한 기준치를 조금 낮춰보기로 했다. 원하는 대로 선이 그려지지 않아도 ‘조금 삐뚤어질 수도 있지’라며 마음을 비웠다. 그러자 조금씩 손에 익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원하는 표현도 가능해졌다. 마음을 내려놓자 건물들이 훨씬 더 깔끔하게 완성됐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진작에 벗어날걸, 하고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1주일에 거쳐 작품을 완성했고, 그간의 고생은 보상으로 큰 뿌듯함을 안겼다. 물론 과정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했던 시드니 여행을 되새길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미술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남기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즐거운 추억을 선물 받는 기분이 들것만 같다.


 

완성의 미학을 깨우치다, 글린트 아츠
 
  어느 순간부터 내 몸의 이상 신호를 직감했다.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낼 자신이 없어 끝없이 미루게 되고,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 앞에선 자꾸만 무기력해졌다. 힐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때, 처음 본 방식의 컬러링 아트인 ‘글린트 아츠’를 발견했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 글린트 아츠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글린트 아츠는 명화 도안이 그려진 판넬에 색연필, 물감 등이 아닌 색지를 붙여 색을 넣는 컬러링 아트다. 우선, 판넬 위 흰 종이를 핀셋으로 떼어 내면 접착액이 묻어있는 검은 배경이 나온다. 그 위에 색지를 문지른 뒤 벗겨내면 판넬에 색지가 붙는다. 이렇듯 간단한 방법의 색칠을 반복하면 명화를 완성할 수 있다.
 
  넓고 복잡한 도안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막막하고 조급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무작정 원본 명화와 똑같이 색칠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색깔이 생각대로 잘 표현되지 않았고, 칼질 된 선에서 색지가 삐져나올 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힐링을 위해 마련한 시간에도 나에 대한 비교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완벽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원본 명화가 그려진 종이를 버리고 내가 원하는 색깔로 판넬을 채우기 시작했다.
 
  판넬 위에 색지가 달라붙는 느낌에 주목하면서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던 순간, 평소 느끼지 못했  던 마음의 여유를 찾았고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다. 어떠한 평가에도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색으로 이뤄진 특별한 명화를 완성한 이 날은 내 삶의 밑거름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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