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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한 펭수, 현대인의 감성 울리다
2019년 12월 03일 (화) 21:35:52 노희주 수습기자 nnwriggle@naver.com
   

△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는 '펭수 짤'의 모습이다

  BTS를 뛰어넘는 우주 대스타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남극에서 한국으로 헤엄쳐 온 펭귄이 있다. 210cm의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걸걸한 목소리와 거침없는 언행이 매력 포인트인 이 펭귄은 바로 EBS 1 TV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펭수’다. 현재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 수는 105만 명(2019. 11. 29 기준)을 넘겼으며, 지금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펭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어른이’까지 사로잡은 B급 캐릭터
 
  ‘착한 심성’, ‘바른생활’, ‘교육적·도덕적 내용’. 교육 방송 EBS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수식어다. 하지만 펭수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등장했다. 펭수는 자기중심적이고, 솔직하고 당당하며, 때때로 충동적인 캐릭터다. 펭수가 다소 불량스러운 아이처럼 행동하는 이유는 ‘자이언트 펭TV’가 시청자층을 EBS를 보기엔 커버린 초등생 고학년으로 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분방함과 당돌함 등 그 나이대의 특징이 펭수만의 개성으로 스며들었다.
 
  그런데 초등생을 겨냥해 기획된 펭수가 2030세대에게 전폭적인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고 있다. 돌직구 화법과 돌발행동을 일삼는 펭수의 모습이 직장인과 사회초년생의 B급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위계질서에 반항하는 펭수의 모습에 환호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펭수는 EBS 사장 이름을 존칭 없이 부르거나 자신의 불만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EBS에 입사한 지 25년 된 대선배 ‘뚝딱이’ 캐릭터에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잔소리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직설적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수직적인 사회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이를 유머로 재치 있게 승화시키는 펭수의 모습은 직장인들에게 해학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이렇듯 초등생 고학년의 트렌드와 고민을 공유하고자 고안됐던 펭수는 ‘직통령(직장인들의 대통령)’이라는 호칭까지 얻으며 2030세대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무한도전’ 가능한 플랫폼
 
  펭수가 2030세대까지 섭렵하며 대세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에 단순히 거침없는 행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이언트 펭TV’에서 선보이는 여러 가지 콘텐츠의 시도가 또 하나의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EBS 연습생인 펭수는 스타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설정 덕에 ‘자이언트 펭TV’는 매번 참신한 주제를 다루며, 상황극부터 교육용 콘텐츠까지 폭넓은 분야의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한다. 실제로 ‘자이언트 펭TV’에는 ‘EBS 아이돌 육상대회’, ‘펭귄 극장’,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 등 타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영상은 물론, 해양 보호 캠페인 내용을 담은 ‘남극 유치원’ 등의 교육용 영상도 있다. 또한 ASMR, 직캠, 먹방 등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영상까지 제작하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한편 대중의 저장 욕구를 샘솟게 하는 편집 센스도 ‘자이언트 펭TV’의 매력으로 꼽힌다. 사실 사백안 눈동자에,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입꼬리를 가진 펭수의 얼굴만으론 표정을 읽기 힘들다. 하지만 다양한 편집의 가능성이 열린 영상매체 안에서 펭수의 무표정한 얼굴은 장점으로 전환된다. 자막과 같은 시각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채로운 편집으로 재미가 더해진 ‘자이언트 펭TV’의 일부는 이미지, 일명 ‘짤’로 소비되고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제작되는 등 SNS 내에서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펭수는 한국계 슈퍼스타를 꿈꾸며 꾸준히 도약하는 중이다. 솔직하고 당돌한 펭수의 모습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며 웃음과 위로를 전한다. 모두가 A급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 속에서 펭수는 틀에 갇혀 있지 않은, 계속 성장하는 B급 캐릭터다. 우리가 ‘자이언트 펭TV’에서 지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 펭수가 가진 가치는 충분하다.
 
노희주 수습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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