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에 대한 징계 절차는 없어

디공과 “졸준위 시스템 개선 필요”

  지난달 2일, 교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익명의 학생이 2019 디지털공예과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 총무의 횡령 사실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게재된 글 본문에 따르면 ‘졸준위 총무는 2019년 졸업 전시회(이하 졸전) 준비 비용의 약 3,000만 원 중 약 700만 원을 횡령했다’라며, 공금 통장 명세서를 함께 첨부했다. 공개된 명세서에는 총무가 700만 원의 공금을 사적 생활비로 사용한 내용이 드러나 있었으며, 졸준위 단체와는 무관하게 총무 개인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우들은 #디공16총무횡령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총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디지털공예과 측 “졸준위 운영은 학과와 무관”
  공금횡령과 관련해 총무에 대한 징계 절차는 이뤄졌을까. 한 제보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을 인지하고 곧바로 학과 측에 총무에게 학교 징계를 내려달라 요구했지만, 학과에서 거부했다”라고 전했다. 공금횡령으로 인한 징계 가능 여부에 대해 학생지원팀 심기중 직원은 “이 사건의 정확한 개요를 모르기 때문에 확실한 답변이 어렵지만, 학과 차원에서 (징계 요구안이) 들어오면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는 학과가 학교로 징계 요구안을 보냈다면, 학교 본부 측이 징계 여부를 검토해볼 수도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디지털공예과는 총무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학교 본부에 올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학과장 엄성도(예술대학 디지털공예과) 교수는 “사건이 알려지고 2~3일 뒤 피해 학생들에게 곧바로 변제가 이뤄졌으며, 총무 자격으로 졸전 비용을 감면받은 금액도 학생들에게 환급됐다. 또한 졸준위는 학과와 무관하게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교수들은 졸준위 운영에 조언해주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따라서 학과에서 총무에게 공식적인 처벌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라고 밝혔다.

암묵적인 관행과 1인 총무 체재가 빚어낸 산물
  개인이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조성된 것일까. 제보자는 “몇몇 학생들이 공금 사용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총무를 찾아간 적도 있었으나, 정리가 잘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공금 사용 명세서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는 없었으며, 학생이 원하는 경우 명세를 공개하는 것이 학과 내 졸준위의 암묵적인 방식임을 설명했다. 디지털공예과 측도 이러한 관행을 문제로 지적했다. 엄 교수는 “총무를 한 명으로 두고 큰 금액을 관리하게 하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총무를) 둘 이상으로 선발해, 공금 사용을 자체적으로 감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이러한 개선안을 차기 졸준위에게 권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총무 “학우들께 아픔 드려 진심으로 죄송”
  졸전 비용 납부 후, 추가 비용을 걷은 이유가 총무의 사적 사용으로 공금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총무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출장 촬영업체의 ‘출장비’로 인해 ‘작품 촬영 비용’에서 추가금이 발생했고, 결국 촬영 예산이 초과 됐다. 다른 품목 예산에서 절감된 부분으로 비용을 댈 순 있었으나, 환급액 계산의 복잡함을 줄이기 위해 추가금액을 받자는 의견이 나왔다. 따라서 졸준위 위원과 논의 후 결정을 내린 것이며, 학생들에게도 이를 공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에브리타임에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가 용서를 구할 대상은 디지털공예과 학우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과문 작성 시 학과를 밝히라는 요구가 있었고, 혹시나 제 일로 학과 전체 학우들에게 피해를 줄까 우려됐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디지털공예과 학우들에게 “다시 생각해도 어리석고 후회되는 행동이다. 공금을 관리한다는 책임감을 잊은 채 잘못된 실수를 저질렀다. 사적으로 쓴 공금을 빨리 채워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으나 이를 실천하지 못했다. 역할에 대한 무책임, 무분별한 행동으로 학우들께 깊은 실망감과 아픔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정채원 기자 jcw990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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