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승리의 두 번째 구속 영장 신청이 기각됐다. 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7개 혐의를 가진 승리의 두 번째 구속 영장 신청이 기각된 것을 보고 나는 그가 권력을 가지게 된 경로를 고민하게 됐다. 버닝썬 게이트가 밝혀지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승츠비’라는 캐릭터로 여러 예능에 출연해 활약하고 있었다.
 
  빅뱅의 승리라는 인물이 유능한 젊은 사업가 이미지를 얻게 된 건, MBC <라디오스타>나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라디오 스타>에서 산타걸들을 배경으로 세워두고 서 있는 승리의 사진을 보며 MC들은 감탄을 내뱉었고 그에게 ‘승츠비’라는 캐릭터가 부여됐다. 그 뒤 승리는 유능하고 야망 있는 사업가 캐릭터로서 여러 예능에 나와 대중에게 꾸준히 얼굴을 비쳤다.
 
  그러자 그가 잘못을 해도, 대중의 반응은 너그러워졌다. 방송 <짠내투어>에서 승리가 출연진 중에 가장 어린 가수 세정에게 가장 호감인 남성에게 술을 따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이 일로 <짠내투어>는 방심위에서 징계를 받았음에도 언론에서 승리의 언행은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승리는 예능에서 막말을 적절히 섞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 캐릭터로 잡혀 있었다. 그래서 대중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논리로 그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았다. <짠내투어> 징계 이후에도 승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러 예능에 나왔다. 이렇게 지탄을 받아야 할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예능이 그 연예인을 어떤 캐릭터로 만드냐에 따라 대중을 관대하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제가 라디오스타 들어오게 된 게 여러분들 댓글 덕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중략) 여러분들의 댓글로 선한 영향력 너무너무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개그우먼 안영미는 자신이 라디오스타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대중의 반응 덕이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새로운 판을 짜고 주도하는 힘은 앞에서 말했듯이 대중의 반응에서 나온다. 달라진 판에서 우리의 책임은, 더 이상의 새로운 승츠비, <1박 2일>의 막내, <미운 우리 새끼>의 배트맨이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박해윤 학생 논설위원(문예창작 16)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