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된 <내일은 미스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이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대표곡인 ‘사랑의 재개발’의 한 소절이다. 흥이 나는 멜로디와 귀에 쏙 박히는 가사가 묘한 중독성을 선사한다. 유산슬은 개그맨 유재석의 부 캐릭터로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트로트의 기세를 이어받아,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방송사들은 국내 최초 트로트 뮤지컬부터 경연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방송가를 사로잡은 트로트 열풍,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녀노소 함께 즐기는 트로트
   오랜 시간 동안 트로트는 중장년층이 즐겨 듣는 ‘비주류 문화’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금, 트로트는 그들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젊은 층도 함께 즐기는 장르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주 소비자층이 20~30대로 구성된 음원사이트의 지표를 통해 트로트의 거센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멜론 급상승 차트에선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와 <오늘은 미스터트롯> 출연자인 이찬원의 ‘울긴 왜 울어’가 연달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지니 뮤직은 이 기세를 의식한 듯 트로트 차트를 새롭게 오픈했다. 연합뉴스 DCC(이노션 내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 데이터 커맨드 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트로트 관련 검색량은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그중 20~30대의 검색 비중은 각각 34%, 28%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젊은 층이 ‘플레이리스트’에 트로트를 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트로트의 인기는 <내일은 미스트롯>에서부터 시작됐다. 기획 초기 <내일은 미스트롯>은 중장년층을 주 시청자층으로 잡고 제작했으나, 티몬 등에서 실시된 온라인 투표는 젊은 시청자 유입에 큰 역할을 하게 됐다. ‘뉴트로’의 영향으로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합을 요구하는 젊은 대중의 ‘니즈’를 충족했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대중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은 매회 높은 시청률을 갱신했고, 이는 트로트에 대한 관심 증가로 연결됐다.

개성 만점 트로트 팬덤 문화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시작된 이 현상은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팬덤 문화를 트로트계에 등장시켰다. 10~20대로 구성된 아이돌 팬덤과는 사뭇 다르게 트로트 내 팬덤의 주요 연령층은 40~50대다. <내일은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의 공식 팬카페 ‘AGAIN’은 트로트 팬덤의 대표적인 예로, 가입자 5만 4천여 명 중 대부분이 중년층이다. 또, 이들이 가진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팬덤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AGAIN’은 네이버에서 ‘2019년 대표 루키 카페’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11번가 관계자는 ize매거진을 통해 송가인 관련 굿즈는 타 연예인 굿즈에 비해 40~50대 남성의 구매 비율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제나 ‘트롯’이어라
   하지만 이러한 열풍 속에서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몇몇 트로트는 시대착오적인 가사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방영된 노래의 가사인 “나 오늘 바람 필 거야. 오늘은 정자, 내일은 경자”가 대표적으로, 이는 불륜을 미화한다는 점에서 원색적이라는 비판 받았다. 트로트에서 노골적인 가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는 타 장르에 비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그러다 보니 가부장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긍정하는 가사가 여과 없이 사용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트로트가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을 어떻게 트로트의 특성과 조화롭게 표현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장르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트로트 특유의 솔직함이 매력으로 통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시대에 맞춰 나아가려면, 솔직함으로 포장된 비상식적인 가사에 대한 트로트계의 자기성찰이 이뤄져야 한다. 더욱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통해 트로트가 꾸준히 변화한다면, 앞으로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곽예은 기자 yeeun36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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