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다예(22) 씨는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친구들과 캠핑장으로 휴가를 갔다. 벌써 이 년째, 캠핑을 하고 싶어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산도 바다도 아닌 캠핑장으로 휴가를 가는 이유는 락페스티벌 때문이다. 지방에서 열리는 락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김다예 씨는 일 년 전부터 계획하고 자금을 모았다. 그녀가 락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이틀 동안 쓴 돈은 삼십 만원. 티켓 값만 적게는 십 만원에서 많게는 이십 만원이 훌쩍 넘는데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경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티켓 값 때문에 다른데 쓰이는 경비를 줄이고자 허리띠를 조른다. 김다예 씨는 “솔직히 티켓 값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일 년에 한 번 뿐인 행사잖아요. 그만한 값은 내야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저렴하고 손쉽게 볼 수 있어서 더 즐거운
   여름축제를 즐기기 위해 다른 지방으로 떠나는 사람도 많지만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까운 동네에서 충분히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번 달 열렸던 EBS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와 서울국제뉴페스티벌에서는 저렴한 값으로 색다른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올해 열린 EIDF는 작년보다 출품작이 늘어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었다. 어느 영화를 보더라도 삼천 원이면 된다. 영화표 한 장 값으로 세편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패키지권을 구입하면 축제의 모든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
   이번 달 4일부터 10일 동안 진행된 서울국제뉴페스티벌에서는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부분의 작품참여가 두드려졌다. 이 축제에서는 손쉽게 볼 수 없는 대안영화와 미디어아트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 관객이 만나는 축제
   대학로에서도 2011 마로니에 여름축제가 열렸다. 마로니에 여름축제는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과 뮤지컬뿐만 아니라 VJing·DJing, 블록파티, 인디밴드와 재즈밴드의 공연도 볼 수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성 컵을 가져올 경우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 출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독립예술축제 중 하나인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8월 1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올해로 열네 번째를 맞았다. 이번 축제에서는 거리에서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야외거리예술제와 다양한 예술포럼이 열렸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단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하는 에코프린지프로젝트였다. 에코프린지프로젝트는 ‘가장 비환경적인 이벤트를 환경적인 이벤트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축제 중에 발생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버려진 쓰레기와 축제를 진행하면서 사용한 전기의 양까지 체크하여 탄소발생량을 측정했다. 주최 측은 이 프로젝트를 축제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27일에는 ‘서울문화의 밤'이 열렸다. 한 곳에서 진행되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지역을 선정해 시내를 순회하면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 박물관과 갤러리 등 주위에 있는 명소를 패키지로 묶어 잘 모르고 지나쳤던 도심 속 문화시설을 이용해볼 수 있었다.
정동과 북촌, 인사동, 대학로, 홍대, 송파, 삼성동 일대에서 진행된 이 축제는 단 하루 열리는 행사인 데다가 걷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축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색달랐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돼 미리 신청할 경우 버스를 타고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가 밤늦게까지 진행돼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마냥 즐겁게 축제를 바라볼 수만은 없다. 밤늦도록 계속되는 소음도 소음이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이 버려놓고 간 쓰레기와 오물이 아침이면 거리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았던 마로니에 여름축제에는 친구들과 함께 온 외국인 학생들이 많았다. 한쪽에서 관객들이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가는 모습을 그들이 볼까 두려웠다. 올해는 그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도는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아야 한다. 보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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