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서울로 갓 상경한 여학생,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얼굴이 좀 ‘생긴’ 두 남학생의 삼각관계.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늑대의 유혹>도 얼굴이 김태희처럼 예쁘지도 몸매가 잘나지도 않은 평범한 여학생이 주인공인 어디서 많이 보던 러브스토리다.
   2003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소설이 일 년 뒤 영화로 만들어지더니 2011년에는 한국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진 소설과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새롭게 각색해 원작과는 조금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 
  

출처:플레이디비
<늑대의 유혹>의 주연배우 대부분은 아이돌 출신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보다는 조연이 더 돋보인다. 뮤지컬은 자신의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온 여주인공 한다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학창시절 연기를 하다가도 내레이션이 필요한 순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교생선생님의 역할로 돌아오는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이 눈길을 끈다.
   <늑대의 유혹>은 대중가요로만 구성돼 있다. 1세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GOD’의 노래부터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 ‘샤이니’, ‘2PM’, ‘소녀시대’, ‘카라’의 곡까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타이틀곡들을 사용했다. 연출자 송승환 씨는 아시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번 뮤지컬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적으로 인기 있던 곡을 모아서 만든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맘마미아>,   <올슉업>와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한국창작뮤지컬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늑대의 유혹>은 그중 한 종류인 컴필레이션 뮤지컬이다. 컴필레이션 형식은 <맘마미아>처럼 한 가수의 음악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 맞게 여러 가수의 음악을 사용한다. 그래서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관객들도 뮤지컬을 보면서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주크박스 뮤지컬의 단점으로 극의 전개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 선곡이 지적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내용에 맞는 음악을 새로 작곡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스토리 전개에 부합하는 기존에 있던 노래를 찾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과 노래를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주기 쉽다.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늑대의 유혹>에서는 노래를 그대로 쓰지 않고 개사를 해서 사용했다. 익숙한 멜로디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개사한 가사가 오히려 재미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원작을 아무리 각색한다 해도 내용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늑대의 유혹>은 다른 뮤지컬에 비해 무게감은 없지만 볼거리는 많다. 잘생긴 배우들의 화려한 군무와 무대 퍼포먼스가 흡사 두 시간 동안 콘서트를 본 느낌이었다. 물론 원곡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다를 것이다. 굳이 <늑대의 유혹>만의 재미를 꼽는다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랄까.
<마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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