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들어와 처음 맞은 방학을 아르바이트와 공부로 ‘야무지게’ 보내겠다는 생각과 달리 하염없이 집에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계획 없이 무기력하게 집에서 뒹굴뒹굴하던 8월 말,제주도 여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수기였던 8월 달은 이미 교통비와 숙박비 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었다. 패키지 말고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일이 예약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가 있는 성산리를 중심으로 우도->성산일출봉->섭지코지를 우리의 일정으로 정했다. 비행기와 배를 이용하는 그나마 저렴한 방법으로 예약했다. 일주일 전 부랴부랴 알아본 숙소도 여러 군데 중 저렴한 민박을 택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여행 당일 기자와 친구들은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친구들과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골프카를 타고 돌면서 푸른 바다를 보기도 하고 우도봉과 사빈백사 등 여러 곳을 구경했다. 해수욕장에서 모두가 강제로 바다에 빠뜨린 한 고등학교친구는 모래에 등이 쓸리고 옷이 다 젖었지만 뭐가 좋은지 신나게 웃어댔다. 제주도 명물 흑돼지를 먹고 한라산물소주와 제주감귤막걸리를 들이키며 새벽4시까지 성산일출봉을 오르기 위해 기다렸다. 4시 30분이 되자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으로 출발했다. 일출봉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는 어두웠는데 정상에 오르자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정상은 이미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아쉽게도 그날 구름이 많이 껴서 일출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려올 때의 일출봉의 절경은 일출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동안의 고민을 싹 날려버리게 해주었다.
   일정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13시간의 항해시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일단 1학기의 피곤함을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 다 떨쳐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맘 편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다니는 여행은 이십대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 동안 친구들과 신나게 웃은 기억들이 떠올라 친구들이 없으면 여행도 재미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던 3박 4일간의 뜻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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