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이 계속해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14일 여성가족부는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을 청소년유해매체로 판정했다. 이 곡에서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라는 가사가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유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이때만 해도 여성가족부의 심의를 둘러싼 논란은 비스트 팬들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지난 16일 여성가족부는 아이돌 그룹 2pm의 <Hands up>과 인디밴드 10cm의 <아메리카노> 가사에 술이나 담배에 대한 표현이 청소년들에게 음주와 흡연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곡을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했다. 이러한 결정에 화난 네티즌들이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대거 접속해 25일 오전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이 엉뚱한 이미지나 단어를 성(性)과 연관시켜 제시하며 이것 또한 청소년에게 유해하니 여성가족부가 유해매체로 선정해 달라는 글을 대규모로 작성했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유해매채로 부터 보호해 이들의 비행과 일탈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청소년보호법의 취지는 어느 누가 봐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보니 대중가요를 두고 여성가족부가 너무 주관적이고 임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의 주장은 이러하다.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금지하면서 술과 담배가 들어간 노랫말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의 비행과 일탈을 막기 위해 만들졌다. 그렇기에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을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가요를 작사하는 행위는 예술표현의 한 방법이다. 여성가족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표현의 자유와 창작가의 상상력을 훼손하는 것은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라 볼 수밖에 없다.
   한편 올해 3월 SM 엔터테인먼트가 ‘특정 단어에 국한해 이뤄지는 결정이 일반화되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여지가 있다’며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서울행정법원은 사실상 원고 승소로 판결냈다. 창작자의 창작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가사에 술이란 말이 들어가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결정한 외국 사례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부랴부랴 음반 심의 세칙을 마련하고 음반심의위원회 위원을 보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다 공정하고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기 쉬운 근거로 판정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