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세계는 다시 경제 불안에 직면해있다. 글로벌 경제 불안은 두 가지 신호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첫째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다. 2011년 8월 5일 S&P(Standard &Poor's)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상위에서 한 단계 강등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불충분한 재정적자 감축 규모와 정치적 리스크 등이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는 유럽의 재정위기 본격화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 부실국가를 넘어 유로지역의 경제 대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두 지역의 문제는 재정 부실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은 막대한 재정지출과 양적완화정책쪹을 시행했고 그 결과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재정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 각국의 경제성장세가 예상보다 저조한 가운데 더 이상의 재정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정긴축이 불가피하나 재정긴축으로 인해 경제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 불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기는 하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먼저 금융위기 당시에는 위험성 높은 파생금융상품쪹이 위기 발생의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국채가 문제의 중심에 있다.
  둘째, 금융위기 당시에는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국면이었으나 현재는 유동성이 풍부하여 신용경색쪹 가능성이 높지 않다. 셋째, 금융위기 당시에는 재정 및 금융정책 측면에서 각국이 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으나, 현재는 재정 및 금융정책의 활용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이미 주요국이 초저금리정책과 양적완화정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쓸 여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당시에는 G20 합의나 통화스와프쪹 협정 체결 등을 통해 각국이 긴밀하게 공조하는 시스템이 가동됐으나, 현재는 각국이 처한 입장에 따라 상이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국제공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유로지역의 재정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독일이나 프랑스 등 주요국의 입장이 크게 다른 점이 이를 반영한다.
  향후에도 국가 부채 리스크 확산,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최근 경제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미국 및 유럽 상황을 볼 때 재정건전성 유지가 긴요함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5%로 OECD 평균(96.9%)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고령화 및 잠재성장률 둔화 등 재정여건이 변화함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지금부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둘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중심국이 아니었음에도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매우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금리정책을 약화시키는 과도한 외국자금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의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대외충격에 강한 경제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는 높은 대외의존도로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이다. 2010년 한국의 GDP 대비 수출입액은 87.9%로 OECD 회원국 34개 가운데 8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산업 육성 등 내수 활성화를 통해 높은 대외무역 의존도를 개선해야 하겠다. 한편 금융부문 체질 강화, 과도한 개방의 일부 조정 등을 통해 소규모 개방경제로 대외충격에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시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적완화정책:중앙은행의 정책으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
*파생금융상품:외환·예금·채권·주식 등과 같은 기초자산으로부터 파생된 금융상품
*신용경색:금융기관에서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상
*통화스와프:서로 다른 통화(通貨)를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