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인천 시민이기 때문에 평소에 도심의 궁을 자주 볼 기회가 없었다. 서울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어언 6개월이 지났지만 이대나 신촌 등으로 놀러가기 바빠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궁과 돌담길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러다 이번 가을특집으로 어디를 다녀올까 고민하던 중,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본다는 창경궁을 가기로 했다. 창경궁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학교랑 가까운 혜화역 근처에 있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창경궁 풍경이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6시경 부랴부랴 뛰어가서 본 창경궁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알고 보니 창경궁은 월요일이 휴관일이며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창경궁 안내 전단을 보면서 창경궁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때 창경궁은 궁을 유원지로 전락시키고자 했던 일제에 의해 동물원과 공원이 조성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무턱대고 창경궁을 구경하려던 기자는 조금 무안해졌다.
   다음 날 아침, 어제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개장 시간 전부터 창경궁 앞에 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간 궁은 예상 외로 작았지만 구경하는 내내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옆을 지나가는 사람은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고, 한 쪽 구석에는 인터넷 쇼핑몰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였다.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은 쇼핑몰 모델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님들도 적적함을 달래러 오셨는지 간혹 혼자 있는 기자에게 말을 걸어주시기도 했다.
   상당히 더운 날씨여서 땀을 뻘뻘 흘렸지만 궁 속의 많은 그늘은 잠깐 땀을 식히게 해주었다. 창경궁 문턱을 넘자마자 보이는 명정전 앞의 넓은 돌길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나무와 잔디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 보이는 현대식 건물은 창경궁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줘서 색달랐다.
   평소 생각하던 궁은 약간 딱딱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약간 떠들썩하면서 개방된 분위기여서 더 좋았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 편안하게 쉴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이번 특집으로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궁을 둘러보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기자처럼 헛걸음을 하지 않으려면 궁을 가기 전 개방시간과 휴관일을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을 듯싶다.
<이정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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