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청춘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내용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 다소 식상한 내용이라는 평도 있지만 책의 내용이 청춘들의 등대 역할을 해준다는 점이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롯해 요즘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는 책들의 공통키워드는 바로 ‘청춘’이다.
 

대학에 들어와 꿈을 찾는 청춘들
   서울 소재의 중상위권 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강다예(22) 씨는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신청을 했다. 그녀가 휴학을 하게 된 뚜렷한 이유는 없다. 휴학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6개월간 해외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올해로 휴학한 지 2년 째, 그녀는 아직 복학을 하지 않았다.
강 씨는 “일 년 정도 휴학할 생각이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내리게 된 결정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일 년 더 휴학을 하게 되니 이제는 복학하는 것이 조금 두렵다”고 말했다. 별다른 목표 없이 시작한 휴학 생활은 오히려 강 씨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다수의 대학생들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에 들어온다. 대학입시를 위해 공부만 하던 이들은 대학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기 바쁘다. 그나마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나은 편에 속한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전공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졸업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스펙’이 우리에게 준 것
   대학생활 중 다행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이들 대부분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인턴활동과 동아리, 자격증, 봉사활동, 공모전을 일컬어 ‘취업5종세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제대 후 복학한 대학생 김동훈(23) 씨는 제대 후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그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취업5종세트’를 위해 쓴다. 주말에는 외부동아리와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수업이 끝난 후에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닌다.
   김 씨는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자격증 공부를 했다. 취미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공부를 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갓 입대했던 2년 전과는 달리 군대 내무반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다며 복무기간을 ‘잉여’처럼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에서는 잉여인간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인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자신을 잉여인간이라고 지칭한다. 자신을 ‘잉여’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학점과 영어, 자격증 같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기호 씨는 대학생들이 자신을 ‘잉여’라고 부르는 이유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가 도입한 스펙이라는 체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체제는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려, 취업에 실패한 젊은 청춘들은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게 된다. 그는 스펙이 청춘을 ‘자학하는 잉여’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입장이 다르니,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청춘들에게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이들 대부분은 4.19혁명과 민주화 운동을 겪었던 기성세대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십대’와는 다른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기이익에만 사로잡힌 이기적인 존재이며 ‘보잘것 없는 청춘’이라고 비난한다.
엄기호 씨는 기성세대의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이시대의 젊은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비난하는 기성세대야말로 그들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대변한다. 그는 기성세대와 요즘 청춘들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비판하기 전에 청춘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사회는 청춘들에게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청춘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외수 씨는 『이외수의 소생법, 청춘불패』에서 조급해 하는 청춘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대는 아직 길들여진 사회적 동물로 전락하지 않았으며 그대는 아직 연봉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우리시대의 청춘들 중 ‘잉여인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에게 쓸데없는 ‘삽질’은 없다.
<마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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