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소 - 개념의 여정 (Yiso Bahc - Lines of Flight)》


  삼청동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지난달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개념미술가이자 설치작가인 박이소의  《박이소 - 개념의 여정 (Yiso Bahc - Lines of Flight)》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2004년 작고한 작가가 생전에 남긴 드로잉 230여 점을 모아 구성됐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쓰리 스타 쇼(1994)’라는 제목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진 세 개의 별은 비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커피와 코카콜라, 간장으로 그려졌다. 이 세 가지 액체는 동양과 서양을 상징하는 것들로 작가의 작품에 종종 사용됐다. 작가는 그림을 그린 작가 자신은 세 가지 액체를 구별할 수 있지만 그림을 보는 관객들은 구별할 수 없다고 작업노트에 적었다. 유사한 색깔을 가진 세 개의 별에 대해 작가는 ‘각 별의 비슷함과 서로의 다름에 대한 객관적인 보고서 제출’이라고 말했다.
드로잉(Drawing)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채색을 하지 않고 선으로만 그리는 회화적 표현이다. 박이소의 드로잉 작품들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일반적인 의미의 드로잉이 아니라 ‘개념 드로잉’과 ‘설치 포트폴리오(Installation Portfolio)’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대부분은 그의 설치 포트폴리오와 개념 드로잉으로 이루어졌다. 박이소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노트와 드로잉으로 기록했으며 그가 생전에 기록한 작업일기만 해도 21권이나 된다. 그의 드로잉이 특별한 이유는 어떻게 작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있다는 점이다.
박이소 작가의 드로잉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것들이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전시 도슨트 류수경 씨는 “드로잉을 제작하면서 작가가 지속적으로 드로잉을 수정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새로운 드로잉 작품을 만들어 낸다. 작가가 남긴 드로잉 작품들은 작가가 가지고 있던 개념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지도와 같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를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이소 - 개념의 여정》전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아이디어가 작품으로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생각의 흐름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이소의 작품들의 중심키워드는 정체성과 문화의 다름과 닮음, 언어와 번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이 세 가지 키워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박모’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 당시 작품에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나타난다. 그의 대표작품 중, 뉴욕 타임즈에 실린 세 장의 사진과 그 사진이 나타내는 영어단어를 한글로 적은 ‘이그조틱-마이노리티-오리엔탈(1990)’은 그가 미국에서 아시아계 이민자이자 예술가로서 느꼈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한 평론가는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것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좋은 작품은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드로잉이라는 장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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