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에 과제, 또 과제. ‘요즘 과제 때문에 죽겠다’고 말하며 학교 정문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이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는 현재 본교 대학원 창작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는 중앙대학교 동문이자 본교 교수직을 맡고 있는 하일지 교수님의 권유로 본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쁜 스케줄에도 학교를 오가는 그는 ‘배움’에 목말라 있는 학생처럼 보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팝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인 김태훈 씨를 만나보았다.

사회에 ‘내던져진’ 내가 할 수 있었던 일
   김태훈 씨는 두 권의 칼럼 모음집을 냈다. 그는 두 권의 책을 쓰면서 글공부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웃풋만 있고 인풋이 없는 생활을 몇 년간 하다 보니 제 밑바닥이 보이는 상태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희곡공부에요. 소설은 어깨너머로 보기라도 했지 희곡은 생소한 분야였거든요. 며칠 전 차로 이동하면서 시를 쓰는 숙제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매니저가 보고 웃더라고요. 요즘 이런 색다른 것들이 정말 재밌어요”
그는 중앙대학교 37대 투쟁국장을 지냈다. 운동권에 있던 김태훈 씨는 95년 대학을 나왔다. 졸업장이 없는 그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칼럼을 쓰게 됐다고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어요. 그래서 가장 좋아했던 음악을 선택하게 됐어요. 음악 잡지사에 들어가 일 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음반회사 두 곳에서 7년 정도 일을 했죠. 공연기획 일도 해보고 라디오 방송작가 생활도 해봤어요. 그러고 나니 39살이더라고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씨

 

 

 

 

 

 

 

 

 

 

 

김태훈 씨가 유명해진 계기는 TV방송 출연 때문이었다. TV에 처음 출연했을 당시 그는 마흔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스스로를 TV방송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가 어떻게 방송 일을 하게 됐을까. 
   “평생 라디오를 하고 칼럼을 쓴 사람한테 누군가 라디오를 하는데 전문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그러더라고요. 약간 ‘뚜껑’이 열렸어요. TV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게 라디오를 하기에 전문성이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죠. 십여 년 동안 라디오방송을 했는데 말이죠. 홧김에 TV방송 출연을 하게 됐어요. 하고 싶었던 것이 라디오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TV방송 출연을 하게 된 거죠” 그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젊은 시절 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아니라 좋아서 봤던 책, 영화와 같은 것들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귀찮게 해야 한다
    그는 화염병을 던지며 투쟁해야만 했던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는 대학을 나온 지 13년 만에 중앙대학교에 재입학했다. 다시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는 어느 때보다 졸업이 절실했다. 20대 때와는 달리 자신의 돈을 내고 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훈 씨에게 반값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물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참 반값등록금 시위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대학생들이 시위에서 빠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대학생들 중간고사기간 때문이래요. 실소가 나왔어요” 그는 대학생들이 사회의 부조리한 일들에는 침묵하며 ‘등록금’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들을 끊임없이 귀찮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는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순수하게 싸울 수 있는 곳이에요. 모두가 토익공부를 하고 기술을 배운다면 누가 싸우겠어요. 기성세대를 닮아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격렬한 논쟁조차 없는 대학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는 요즘 대학생들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살아갈 시대는 여러분들이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바꿔주지 않아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묻지 말아요. 그건 여러분들의 생각이 아니에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역사 속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태훈 씨가 말하기를, “인생을 길게 봐라”
   칼럼니스트, DJ, 방송작가. 그가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의 수를 직접 헤아려보니 11개였다고 말했다. 김태훈 씨는 칼럼니스트 중에는 드물게도 소속사를 가지고 있다. 소속사를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나 같은 경우는 연예인도 아니고 탤런트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에요. 방송국에 가면 일반인 취급을 받아요. 방송에서 팝 칼럼니스트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없어요. 방송활동을 하면서 계약할 것을 제의해 온 몇몇 기획사 중 한 곳과 계약을 하게 됐죠. 엄밀히 말하자면 방송인으로서 계약을 한 것이지 칼럼니스트로서 한 것은 아니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냐고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일단 말린다고 했다.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이 있는 칼럼니스트는 거의 없어요. 칼럼니스트는 명예직에 가까운 직업이에요. 생활하기 위해 또 다른 직업이 필요해요. 그것이 제게 있어서는 방송인 거죠”
   평균 수명 100세. 현대 의학으로 계산한다면 현재 이십대 초반의 학생들은 최대 120살까지 살 수 있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원하는 기업들의 정년은 60세도 채 되지 않는다. “학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전문적인 일이에요. 지금 은퇴를 앞두고 있는 40, 50대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해요”
그는 사회로 진입하는데 학벌이 안정적인 스펙은 될 수 있지만 앞으로 학벌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꿈과 직업을 혼동해요. 꿈과 직업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에요. 장담하건데 앞으로 여러분들의 직업은 적어도 3개 이상 될 거예요. 아버지 세대와 같은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더욱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보다는 직업적인 훈련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기능직 대학생들을 양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국어국문학과라고 해서 국어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고 영어과에서 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기업에서 필요한 테크닉은 사회에 나와서도 배울 수 있어요. 대학에서는 딴 걸 배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잡스처럼 살고 싶다면?
   사람들은 미국의 기업인이자 애플사의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삶을 꿈꾼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스티브 잡스처럼 해보기는 했냐고 되묻는다. “스티브 잡스는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고 추상의 가치에 대해 알았던 사람이고 추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공부했던 것은 토익이 아니에요. 그를 부러워하는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거둬들인 명예와 돈을 부러워하는 거예요. 그를 따라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스펙을 쌓기 위해 토익을 공부하고 대외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에게 그는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신이 남과 다르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불안이란 사회가 만들어낸 미신이라고 했다. “여러분들 나이에는 무엇을 해도 불안해요. 남들처럼 안 살아도 불안하지만 사실 남들처럼 살아도 불안해요. 행복을 수치화시키지 말아요. 수치 안에 들지 않는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지갑에 십만 원짜리 수표 몇 장 있다고 행복하지는 않잖아요. 좋아하는 누군가가 한 아름다운 말 한마디에 행복해 했던 순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김태훈 씨는 아직도 ‘직업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 역시도 자신의 직업을 정의 내릴 수 없다고 한다.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태훈 씨는 “계속해서 배울 거예요. 인류의 위대한 천재들이 남겨놓은 것들이 궁금해 죽겠어요. 50살쯤 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가졌던 11가지 직업 중 지금도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마혜중 기자>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