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발표된 ‘재정지원 제한 43개 사립대학’의 여파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파장이 크다. 물론 우리 대학이 그에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자칫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비 및 2년 뒤로 예정된 대학 인증평가가 맞물려서인지 우리대학은 전교 차원에서 총력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특별히 취업률제고를 위해 대학본부와 각 단과대학 및 각 학과를 비롯해, 담당 행정 부서별로 제각기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가히 눈물겨울 지경이다.
   졸업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고자 교수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대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지금까지 교내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진풍경이기는 하지만 사실 진작부터 그랬어야 하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일지 모른다. 학생들을 교육만 시켜놓고 취업은 알아서 해라 식의 무관심 내지 안일한 태도는 어쩌면 너나없이 자성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최근의 부산스러움은 왠지 너무 인위적이고 자연스럽지가 않다. 물론 연말까지 조금이라도 더 취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다급함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급하다고 해서 원칙과 기본을 무시하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조속히 결과만을 만들기에 급급하다면 만사 부실로 치달을 수밖에 없고, 언젠가 그 후유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머지않은 장래에 어떤 형태로든 그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국가든 교육기관이든 어떤 집단을 막론하고 그 집단의 구성원들을 이끌어가야 할, 앞에 선 사람들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일까. 나라 안팎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강제적으로 무엇을 시켜서 좋은 결과를 얻은 예가 있었던가. 어떤 일을 목표로 삼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조용히 그 기운을 북돋아야 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식의 강요와 언제까지 무엇을 빨리빨리 해야 된다 식의 조급증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위선(僞善)만 양산할 소지가 크다. 하나하나 땀 흘려 일궈낸 성실, 거짓 없는 양심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단기간의 성과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학생들에게 성실과 진실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과 교육자의 참 모습이 갈수록 왜곡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어제 오늘이다. 우리대학만이 아니라 이토록 온 나라의 대학과 대학교육을 성과지상주의의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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