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을 연상시키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비올리스트와 검은 옷의 피아니스트 그리고 왠지 오페라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기타리스트 한 명이 무대에 오른다. 곧이어 오페라 「카르멘」의 유명한 아리아 중 하나인 ‘하바네라’가 연주된다. 기존의 하바네라에 기타 연주가 가미돼 스페인의 향이 진하게 풍긴다. 관객들은 음악과 함께 호세를 유혹하는 카르멘의 매혹적인 춤사위를 ‘듣는’다. 정열적인 음악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10월 29, 30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오페라 갈라 콘서트 ‘LaVoce’가 열렸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란 오페라 한 작품 전체를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몇 개의 곡을 선정해 들려주는 방식으로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이다. 색다른 공연 형식 외에도 사회자가 곡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무대 양쪽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아리아 가사를 확인할 수 있는 등 관객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1, 2부로 나눠 진행된 ‘LaVoce’의 1부에서는 기타와 비올라, 피아노만으로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들이 연주됐다. 세 악기가 기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소화해내도록 편곡돼 새로운 느낌의 아리아를 접할 수 있었다. 모차르트와 푸치니의 오페라를 중심으로 구성된 2부는 정식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라 보엠」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오페라들의 유명한 아리아가 공연됐다. 그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공연은 루치아노 파바로티, 폴포츠가 불러 유명해진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였다. 내일 아침이면 공주는 자신의 것이라며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카라프 왕자의 이야기가 아리아의 웅장함과 더해져 관객들의 마음에 진한 감동을 주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오페라 속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하며 공연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마술피리」에서는 자라스트로에 대한 밤의 여왕의 분노를 느끼고 「잔니 스키키」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절함을, 그리고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는 주인공 피가로와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 정용선 씨는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자칫 지겨워질 수 있는 오페라 공연인데, 유명한 오페라의 잘 알려진 곡들을 골라 들을 수 있어서 공연 내내 즐거웠다”며 소감을 밝혔다.
  오페라는 고전이니까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이렇게 많은 오페라 아리아들을 알고 있었나?’ 하고 놀랄 만큼 오페라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학로의 연극, 뮤지컬, 대중가요 콘서트만큼 재미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추천한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