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학 중 학원에서 열심히 강의를 듣고있는 학생들

  기말고사 기간 내내 시험보다 더 열심히 생각했던 방학 계획 중의 하나가 ‘학원 다니기’였다. 2학년 여름방학엔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겠다는 목표 하나로 영어 회화 학원에 등록했다. 또 방학 동안 전공공부를 놓을 수 없어 일본어 학원도 등록했다. 사실 등록금의 5분의 1정도 되는 학원비 때문에 등록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영어와 일본어를 일정 수준 이상 올려놓겠다는 의욕이 앞섰다. 결국 두 달 동안 두 개의 학원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수업은 꽤 즐거웠다. 학교 강의와 별다른 것은 없었지만 학점과 과제의 부담감에서 자유로웠고 두 수업 모두 회화 수업이다 보니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원이 위치한 종로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였다. ‘학원이 아니었으면 집에 틀어박힌 잉여 신세였을 텐데’라고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렇게 학원과 집을 오가는 생활에 만족하며 착실히 학원을 다녔던 것도 잠시,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자 쳇바퀴 굴러가듯 매일 똑같은 일상이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방학 중인데도 충분히 쉬지 못하고 애초 계획과 달리 새로울 것이 없는 평범한 두 달을 보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 또 두 학원의 스케줄이 맞지 않아 부모님과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해 학원 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철저한 계획을 세워 등록한 학원이었지만 갈수록 동기부여가 약해졌고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이런 상태에서 개강이 가까워지자 더 이상 학원을 다니고 싶지 않아졌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결석’을 하기 시작했다. 출석 점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지난 한 달 반 동안 학원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생각에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빠지다보니 삼 일 연속으로 빠지기도 했다. 학원을 아예 포기해버린 것이다.
  과다한 의욕은 화를 불러온다. 이제껏 살아오며 수십 번 얻은 교훈인데도 왜 이렇게 실천이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방학 동안 학원 두 개를 다니면서 얻은 지식보다 이렇게 두 달을 보냈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학원은 학업에 도움을 주는 곳임은 분명하지만 역시 과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학원을 다닐 때는 친구와 같이 다닐 것을 추천한다. 혼자 보다는 친구와 있을 때 자신을 제어하기 쉽고 좀 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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