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콜라가 아닌 식혜와 함께 먹는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지 못했던 조합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는 <십이야(十二夜)>가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렸다. <십이야(十二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십이야』를 전통 마당놀이로 각색한 것이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외 고전이 전통 마당놀이와 접목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이질감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색다른 매력에 공연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십이야(十二夜)>는 풍랑을 만나 헤어진 쌍둥이 남매 청가시(원작의 세바스찬)와 홍가시(바이올라)가 다시 만나게 되는 동안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그린 원작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어 원작이 주었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마당놀이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요소가 곳곳에 가미되어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극의 주요 인물인 홍가시, 섬초롱(올리비아)등 여자 인물이 극을 이끄는 내용이지만 여자배우는 없고 11명의 남자배우가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여장을 한 남자배우들은 억지스럽게 여자목소리를 낸다거나 과하게 여성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고 본연의 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연기한다. 이런 점이 웃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관객이 암묵적으로 그들이 남자임을 알면서도 여자라고 가정함에 따라 왠지 모를 배우와의 유대감까지 생기게 한다. 또한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무대와 객석 사이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연기를 펼친다. 패랭이(앤드류)가 홍가시에게 보내는 도전장을 직접 관객을 시켜 읽게 한다던가, 해국(안토니오)이 포졸들에게 잡혀가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포졸의 대사를 함께 외치며 포졸 역을 연기하는 점 등 끊임없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런 노력들이 관객들을 더욱 능동적으로 만들어 그저 공연을 보는 사람만이 아닌 공연의 일부분으로 녹아들게 한다.
  무대의 양 사이드에서는 각각 2명의 연주자들이 배경음악에서부터 빗소리, 발자국 소리 등 작은 효과음까지 모두 국악기로 라이브 연주를 한다. 장구, 가야금, 징, 해금 등 평소에는 듣기 힘든 아름다운 국악기의 소리를 생생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점이 <십이야(十二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청가시, 홍가시, 섬초롱, 패랭이, 해국, 산자고(오시노 공작), 쑥부쟁이(말볼리오), 비수리(마리아) 등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들꽃 이름에서 따온 점이 눈길을 끄는데, 생소한 들꽃 이름들이 향토적인 냄새를 풍기면서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 점 외에도 한국무용, 땅재주, 수벽치기, 전통 무예 등을 기본으로 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극에 생기를 더하고 국악의 소리와 어울려 마당놀이의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내 어깨를 들썩이며 공연을 즐기게 만든다.
  피자와 식혜를 ‘직접’ 먹 모른어보지 않고서는 그 맛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먹어보기 전까지는 피자와 식혜라는 조합이 어색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막상 먹어보면 색다른 조화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 희극과 전통 마당놀이의 화합의 현장, 직접 보고 듣기 전에는 맛볼 수 없었던 궁극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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