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분, 공연 시간치고는 꽤 긴 시간이다. 하지만 만식, 제니, 두나, 태양, 이 네 명의 배우들이 꾸미는 180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언제는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나요?>(이하 <언·행>)는 태양을 10년간 짝사랑해온 두나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두나의 친구 만식과 제니가 도와주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어찌 보면 그동안 많이 봐왔던 뻔한 이야기이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서사구조가 아닌 평이한 이야기 구성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자유로운 공연 분위기 등 <언·행>만이 가지고 있는 신선한 매력들이 이런 마이너스 요소들을 묻혀버리게 한다.

  공연장은 다른 곳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매우 허름했다. 무대와 객석은 구분하기 민망할 정도로 맞닿아 있었고 무대라고 해서 따로 단이 있지도 않았다. 객석엔 편안한 의자 대신 방석이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18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엉덩이가 배기고 어깨가 아픈 것들을 다 잊게 해주는 <언·행>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공연을 시작하기 전, 공연 관계자가 나와 관람 시 주의할 사항들을 알려줬다. 여기서 <언·행>의 첫 번째 매력이 보인다. 관계자는 여느 공연과는 180도 다르게 사진 촬영을 맘껏 하라고, 음식물을 눈치 보지 말고 먹으라고, 핸드폰을 구태여 끌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공연장에서는 제재를 받아야 했던 부분들이 허용되면서 관객들은 더 이상 딱딱한 공연 예절에 경직되지 않고 <언·행>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녹아든다. 이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은 끊임없이 극 속에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소극장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관객석을 누비며 관객들에게 자꾸 말을 붙인다거나, 노래를 시키는 등 관객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게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이 점을 <언·행>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고 싶다.

  180분 중 마지막 40분은 스탠딩 콘서트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스스로 방석을 치우고 배우들과의 거리가 1m도 안될 만큼 가까이 서서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며 함께 호흡하고 즐긴다. 수십 명의 관객과 배우들이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이다.

  허름한 공연장, 쾌쾌한 공기, 불편한 좌석 등 단점을 꼬집고자 하면 끝이 없는 열악한 시설조차도 이 공연만의 특색으로 느껴지게 하는 독특한 공연 <언·행>은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는 다른 특별한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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