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첨단장비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토익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국내 한 유명어학원이 기소됐다. 이 어학원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토익과 텝스 시험 문제를 상습적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학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출제경향과 난이도를 파악하는 것은 수험서 제작의 기본요소이다. 시험지가 공개되지 않고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시험 문제를 복원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복원한 문제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면 위법이라 판단했다. 즉, 영리 추구가 목적인 학원의 이러한 행위는 곧 위법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토익 시험문제 유출은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모두가 알고 있던 일이다. 오히려 이토록 크게 기사화된 것이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또한, 시험을 주관하는 ETS(미국 토익 주관기관)가 문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다수의 의견도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수험생 토익 응시 목적은 영어능력향상이라기보다는 대학졸업요건충족이나 취업에 필요한 토익점수를 얻기 위해서다. 따라서 응시생은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고득점을 얻길 원한다. 하지만 ETS는 인색하게도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수험생들은 비싼 응시료를 지불하고도 오답정리조차 할 수 없다. 어학원은 조직적으로 시험 문제를 복원해 학원생들에게 나눠주고 유형을 분석해 시험문제를 빨리, 잘 푸는 기술을 알려준다. 졸업, 취업 관문을 빠르게 통과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학원은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다.
  사실상 어학원들이 문제를 복원하고 유출하는 것은 관행으로 굳어질 만큼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이 유지된 것에는 점수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회와 이에 길들여진 응시생들의 암묵적 동의가 한 몫 했다. 유명어학원 몇 달만 열심히 다니면 고득점 받기는 쉽다는 말이 있을 만큼 토익은 문제 푸는 기술을 요구하는 시험이 됐다. 과연 이런 토익 점수가 의미 있는 것일까? ‘보여주기 위한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관행이 바뀐다면 불법으로 문제를 복원하려는 어학원과 이를 통해 쉽게 점수를 얻으려는 응시생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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