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의 공과대학 교수가 작년 2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강의평가 점수를 올려주면 전체 학생들의 성적을 한 등급씩 올려주겠다고 제안했고, 실제 이 제안이 성사됐다고 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사회에서 강의평가를 통한 교수평가와 학점을 통한 학생평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교수의 수업개선을 취지로 도입된 강의평가는 이후 대학의 대내외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수업개선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강의평가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교육부의 대학평가이었듯이, 현재도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많은 기관들의 대학평가에서 강의평가의 활용이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교수들의 재계약, 승진을 위한 교원업적평가에 강의평가를 반영하기 시작했고, 시간강사의 다음 학기 재계약에도 강의평가 점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의평가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강의평가를 도입할 때 논란이 되었던 강의평가의 문제가 다시 대학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앞선 언론보도는 강의평가의 이러한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대학도 강의평가의 활용도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강의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학기부터 전 강좌에 대해 중간 강의평가가 실시되었고, 다음 학기부터는 학생들의 수강신청 시 이전 1, 2학기에 개설되었던 강좌 중 강의평가 상위 30%에 해당하는 강좌와 담당교수의 공개가 예정돼 있다. 또한 교원업적평가에 강의평가 항목을 포함시켜 교수들의 재계약과 승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집단 구성원 사이의 논쟁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대학사회에서의 논쟁은 대학사회가 지니는 본연의 특성을 생각할 때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강의평가에 대한 우리 구성원들의 논쟁은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런 논쟁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활용하는 담당부서에서 논쟁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담당부서와 교수, 교수와 교수만의 대화가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에도 반드시 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강의평가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개진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그 결과로 더 발전된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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