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서남표 총장이 ‘퇴진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독단적인 대학정책 운용, 방만한 조직운영, 300억 원대의 재정손실 은폐 등의 이유로 불거진 총장과 교수협의회 간 갈등이 학생들에게까지 번진 것이다. 교수들은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집단 퇴진 요구 시위를 벌이고, 총학생회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서 총장의 거취를 묻는 설문조사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서남표 총장의 퇴진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서 총장의 즉각 사퇴를 지지하는 학생이 74%에 달했고, 87%의 학생이 서 총장이 보여준 리더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학교 측은 전체 학생 중 30%가 참여한 설문조사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후에도 학생들 스스로 ‘서남표 총장 퇴진을 위한 학생모임’을 결성하고 공부 시위를 벌이는 등 서 총장 사퇴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는 ‘총장 불신임’ 바람이 불고 있다. 카이스트뿐 아니라 많은 대학 총장들이 퇴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건국대 김진규 총장 또한 독단적인 학교행정으로 비난을 사 학내 구성원들의 사퇴요구를 받아 지난 29일 사퇴했다. 서울여대에서는 이광자 총장의 4선 연임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옥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론은 총장들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변화에 대한 조급증과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평한다. 학교를 위하는 것이 아닌 본인을 내세우기에 급급한 소통 부재의 총장에게 구성원들의 퇴진요구는 정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학도 안심할 수는 없다. 현재 구재단 복귀와 곧 있을 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를 앞두고 구성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단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학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지 않으려고 지표 관리에 필사적이다. 이를 위해 학교는 취업률 제고를 교수들의 몫으로 돌리고 있으며, 상대평가 전환이나 성적 등급 비율 조정과 같은 ‘성적 평가 방식’을 구성원들과 별다른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 학내 상황이 청신호가 아님이 분명하다. 시중의 ‘총장 불신임’ 바람이 우리 대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총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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