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되려면 선거유세 때 시장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번 먹으면 돼요~잉” 지난해 최효종(개그맨, 27세) 씨는 이와 같은 정치풍자 개그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뜨거웠다. 그 당시 방영됐던 <개그콘서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서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개그맨 최효종 또한 검색어 1위를 달리며 정치풍자 개그의 파급효과를 자랑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뉴스를 제외한 방송계 쪽에서 쉬쉬하며 다루기를 피하던 정치 얘기를 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하나의 ‘쇼’처럼 최효종을 고소하고 또 고소를 취하했다. 국민들은 최효종의 손을 들어줬고 국회의원 또한 이를 자신의 이름을 더욱 알리는 쇼로 사용하면서 정치에 대한 무거운 시선이 다소 가벼워졌다. 예능과 정치, 개그와 정치 사이에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예능은 시청률을, 정치는 홍보와 이미지를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정치는 예능, 개그 등 대중문화와 그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예능과 정치가 맞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는 안철수, 박근혜와 같이 정치적 인물이 등장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이미지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원장은 국민의 생각과 소통을 중점으로 이야기하며 <힐링캠프>를 최고 시청률로 끌어올렸다. 이날 방송 이후 실제로 한 신문사가 주관한 설문조사에서 안 원장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40%, 나빠졌다 9%, 바뀌지 않았다 48%’로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박근혜 새누리당 국회의원 편도 8.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 의원은 <힐링캠프> 출연 후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소 서민적이고, 털털해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을 이끌어 냈다.

예능과 정치가 그 접점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이 둘이 ‘공생공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능에서 정치인은 시청률을 올릴 좋은 소재가 되고, 정치인에게 예능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본인을 어필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슈퍼스타 k 4>에 출연했다. 그는 방송에서 “가수가 되려고 등장했다”며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능 프로에라도 얼굴을 비추지 않으면 성희롱 낙인찍힌 퇴물 국회의원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스스로 ‘강용석’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슈퍼스타 k 4> 출연은 잊힌 그를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현재 이런 예능의 모습은 뉴스만 보고는 알 수 없었던 정치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대학생 이예은(21세) 씨는 “평소 궁금해 하던 정치인이 예능에 나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니 놀랐다. 멀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인물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와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인의 예능 행보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하지만 방송이 정치인들의 ‘이미지 만들기’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모습과 다른 이미지 메이킹으로 국민들을 기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가 가볍게 여겨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웃고 떠드는 예능의 모습 속에 정치 또한 가볍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민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음’이다. 다소 가벼운 예능, 다분히 무거운 정치. 이 둘의 조화가 어디까지 갈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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