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계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모범생들> 시즌1이 지난달 29일에 막을 내리고, 이달 4일 새로운 배우 캐스팅으로 시즌2를 시작했다. <모범생들>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치열하고 각박하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어 내 일처럼 피부로 다가오는 연극이다.

상위 3%를 꿈꾸는 명준, 적당히 살고 싶은 수환, 공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종태, 태생부터 상위 0.3%인 민영. 이들 남자 넷이 꾸려나가는 <모범생들>은 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한다. 명준과 수환은 모범생들이지만 경쟁구도로 돼 있는 입시제도 때문에 늘 지치고 힘들어한다. 컨닝은 그런 그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명준과 수환이 컨닝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태는 그들을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명준의 꾀에 넘어가 컨닝에 동참하게 된다. 그 무렵 학교에는 돈을 주고 수학시험 답안지를 사는 학생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 명준과 수환, 종태는 민영을 그 범인으로 지목한다. 민영은 이에 맞서 명준의 컨닝 계획을 폭로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네 사람의 관계는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종태는 명준에게 철저히 이용당한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컨닝의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컨닝을 도모하는 명준 일행의 심리가 이해된다. 우리는 그들이 컨닝을 하게 된 원인이 불합리한 교육제도에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컨닝은 벼랑 끝에 선 자의 마지막 선택과 같을지도 모른다.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꾸잖아요!”라는 명준의 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무대와 현실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탓이다.

이 같은 우리의 모습은 비단 대학입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치열한 경쟁은 끝이 없다. 취업, 승진 등 남들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기 위한 몸부림이 계속된다. <모범생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등학교라는 배경을 통해 처절하게 보여준다.

연극의 끝은 명준, 수환, 종태, 세 남자가 어른이 되어 민영의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좋은 옷, 좋은 시계, 좋은 차를 가진 명준과 수환은 상위 3%를 넘어 상위 0.3%로 자랐다. 반면 명준에게 이용당하던 종태는 카센터를 운영하는 중산층, 97%로 자랐다. 하지만 종태가 물질적으로는 97%에 속한다고 해서 정신적으로도 97%에 속할까? <모범생들>의 네 명의 인물 중 순수함과 정의감을 가진 사람은 종태뿐이다. 사회가 각박해서 살기 어렵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종태처럼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있어서다.

연극이 끝나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보는 내내 바짝 긴장해서 연극이 끝난 후엔 온몸이 저려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범생들>은 긴박감 있는 구성과 훈훈한 남자 배우, 강렬한 주제의식까지 갖출 것은 모두 갖춘 연극이다. 연극 속 인물들이 학력고사세대라고 해서 공감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수능세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모범생들>은 7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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