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아, 이 얼마나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인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것만한 기적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결혼=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그 언젠가부터 기자의 꿈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됐다. 아마 이 글을 기자의 부모님을 비롯해, 결혼 생활 중인 여러 인생 선배님들이 읽는다면 “살아 봐라. 결혼, 그거 그렇게 만만한 거 아니다”라며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토요일에 별다른 일정이 없는 경우, 기자는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를 챙겨보는 편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연예인들끼리 가상 부부가 돼 결혼 생활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손발이 절로 오그라드는 자막만 제외하면, 기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要素)가 참 많다. 평소 좋아하던 출연자들이 부부가 돼 아기자기한 장면을 연출하고, 그 위에 부드러운 배경음악이 깔리는데…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샌가 얼굴엔 ‘엄마미소(주로 이모팬이나 고모팬들이 어린 아이돌이나 스타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마냥 흐뭇해져서 짓게 되는 미소를 뜻함)’가 떠올라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항상 같은 포맷(대개 집에서 그날의 미션을 받아보고 야외로 나가 데이트를 하는 형식)을 유지하는 것에 싫증이 난 것일까. 문득 출연하는 이들이 부부라기보다는 연인에 가까워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우결>에 출연하는 이들은 진짜 부부가 아니라, 제작진의 의도로 맺어진 ‘가상 부부’다. 하지만 <우결>의 제작 의도는 ‘얘랑 결혼해, 말아?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는 이 보편적 질문을 리얼과 가상을 넘나드는 커플들의 좌충우돌 결혼 생활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출연자들은 ‘결혼해, 말아?’를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연기하고 있다. 하루하루 색다른 데이트를 하고 행복해 할 뿐이다. 현실적 고민을 하는 ‘척’ 조차도 하지 않는다. 신혼부부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경제권 쟁탈전은 고사하고,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풍경조차 보기 힘들다. 이해는 한다. 가상 부부인데다가, 수천 명의 팬을 거느리고 있어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 하는 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청소기는 내가 돌릴게, 걸레질은 네가 해”라고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결>에서 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결혼 생활을 하며 결혼 100일 기념일 같은 것을 챙길 여유가 없다는 것쯤은 부모님을 봐서 익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천사 같은 닉쿤이 “여보는 왜 깔끔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고 상상하니 썩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우결>의 제작 의도와 방향성을 되짚어 볼 필요성은 느낀다. 차라리 <우결>이 <우리 연애해요>라고 프로그램 제목을 고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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