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의 수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 출판)이 2012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이 책은 지난달 말, 13주째 판매량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국민 힐링 도서로 사랑받고 있다.
‘힐링 도서’란 독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책을 가리킨다.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힐링 열풍으로 출판계에서는 힐링 도서가, 예술계에서는 힐링 아트가 등장했고 방송계에서는 <안녕하세요>, <힐링캠프> 등 힐링 예능이 인기다.


‘힐링’은 원래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라는 정신적인 의미로 인식되고 있으며 일종의 문화적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힐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날로 변화하는 사회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복잡한 대인 관계 속에서 많은 현대인들은 마음의 병을 얻곤 한다. 잇따른 연예인들의 공황장애와 우울증 고백,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대인에게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 책에서 혜민 스님은 나름의 방법으로 독자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글의 길이다. 하나의 내용은 2줄에서 8줄로 비교적 짧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트위터 글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적은 메모, 유명인의 명언을 모아 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글이 짧은 호흡으로 되어 있어서 독자들은 쉬엄쉬엄 여유를 두고 혜민 스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책은 휴식·관계·미래·인생·사랑·수행·열정·종교라는 8개의 장으로 구성돼있다. 각 장의 소제목이 시작되는 곳에 하나씩 실려 있는 화가 우창헌 씨의 작품은 이 책만의 독특한 재미다. 그림들의 색감과 평화로운 분위기는 읽는 이에게 흐뭇한 미소를 선사한다.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킨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근함이다. 책에서 저자는 ‘~해요’ 체를 사용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마주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다. 이는 독자에게 ‘식상하다’는 지적 대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기도 하다.
 

그간 출판계에서 ‘힐링’이라는 주제는 베스트셀러로 직행하게 하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았다. 빠름을 추구하던 현대인들에게 여유라는 생활태도를 제시해 화제를 모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2007), 실패 또한 축복이니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로 청춘을 위로한 『아프니까 청춘이다』(2010) 모두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힐링 도서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힐링 도서들은 독자의 고민이나 아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대중에게 일시적인 위안과 일반적인 위로가 될 뿐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그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하세요’라고 분명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들은 속사정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도 책을 읽으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힐링 방법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책 표지 뒤 한 장을 넘기면 보이는 정성 들인 붓글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남 눈치 너무 보지 말고 나만의 빛깔을 찾으세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혜민 스님의 말대로, 우리가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이유는 나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미처 알지 못해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힐링을 원하는 그대여! 당신도 힐링의 답은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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