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를 얼룩지게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스테인 보이>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잘 알려진 팀 버튼 감독.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 신부> 등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그는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독특한 영화 스타일은 ‘버튼 양식(Burtonesque)’이라 일컬어지는데, 침울함과 동시에 익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는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이러한 팀 버튼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동안 회화와 같은 시각미술 전시를 자주 접했던 대중들에게 영화를 전시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팀 버튼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의 유별난 상상력이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팀 버튼 전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전시회에서 그의 영화뿐만 아니라 유년시절 스케치와 영화 소품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팀 버튼의 생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시기별로 그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제1시기인 ‘성장기(Surviving Burbank)’에서는 팀 버튼의 초기 습작들을 모았다. 어린 시절 다소 내성적이었던 팀 버튼은 괴물 영화에 심취한다. 그의 취향이 반영된 그림 속 사람들은 마치 괴물처럼 과장돼 뒤틀려 있다. 색감 또한 강렬하고 원색적이다. 과장된 드로잉과 화려한 채색을 통해 그의 상상력이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시기에 빠져든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훗날 그가 제작한 <프랑켄위니>의 모티프가 됐다.

제2시기는 ‘성숙기(Beautifying Burbank)’로, 캘리포니아예술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월트 디즈니 영화사에서 일했던 때에 그렸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성장기’에서 남다른 상상력이 돋보였다면, ‘성숙기’에서는 팀 버튼의 동화적이지만 음산한 스타일이 도드라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런 그의 화풍이 잘 나타난 작품 중 하나다.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이뤄질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은은한 색조로 표현해, 비극적이기보다는 동화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을 거대한 육지와 바다로 형상화함으로써 기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지막 시기인 ‘전성기(Beyond Burbank)’는 90년대부터 현재의 팀 버튼을 담고 있다. 전성기를 다루는 만큼 다른 시기보다 볼거리가 다채롭다. 특이하게 전시실에서 A4용지 크기의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스크린 옆에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팀 버튼이 그린 그림들이 함께 놓여 있다. 2차원에 불과했던 그림이 특수 분장이나 컴퓨터 그래픽과 만나 3차원으로 변화는 과정은 흥미롭다. 특히 영화 <가위손>에서 실제 사용됐던 에드워드의 의상과 가위손은 스케치로만 표현할 수 있었던 상상이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실이 되는 경이로움을 직접 보여준다.

이렇듯 팀 버튼 전은 완성된 작품을 전시했던 기존의 전시회와 달리, 완성으로 가는 과정을 전시한다. 누군가에게는 낙서처럼 보이는 유년기의 습작도 이곳에서는 작품으로 대우 받는다. 인상 깊었던 것은 냅킨에 그린 그림까지 전시했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를 가볍게 스케치한 냅킨 90여 장을 모아 액자에 담았다. 식사 중 떠오른 생각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꼼꼼함이 엿보인다. 사소한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있어 팀 버튼의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인물의 여러 면모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팀 버튼의 인생을 재조명함으로써 그의 유년과 흥행하지 못했던 작품까지도 회고하게 한다. 그는 삶과 영화에 온몸으로 부딪혀 상상력의 한계를 실험했고, 아직 그 한계를 만나지 못했다. 당신도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짜릿한 쾌감을 느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팀 버튼의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끝없는 상상의 세계가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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