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피는 봄, 아니 연애감정이 싹튼다는 봄이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를 보면, 연애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로 남녀 모두 따스한 봄기운(남 42.5%,여 45.6%)을 1순위로 꼽았다. 이 조사결과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들 애인과 데이트하기 바쁘고, 공연계에서는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 참, 외로운 솔로부대의 마음을 뒤흔드는 일이다. 
 

  기자 역시 솔로 중 한 사람이며, 솔로라면 필히 겪게 되는 ‘나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왜 연애를 안 하느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대답해야 하고 밸런타인·화이트·빼빼로 데이 등 각종 기념일을 혼자 보내야 하며 누군가의 애정행각을 부러움이 아닌 무관심으로 이겨내야 한다. 진심을 담아 고백하건대 솔로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외롭거나 슬픈 일은 아니다. 데이트할 시간에 쉬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좋고 데이트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애인과 감정싸움을 할 일이 없으니 평안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기자는 운명을 믿는 솔로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기자의 말을 치기어린 질투쯤으로 받아들인다. 동정의 시선을 보내거나 연애를 재촉하는 일도 다반사다. 그럴 때면 마치 명절이 두렵다는 노처녀가 된 느낌이 든다. 솔로가 정작 견디기 어려운 것은 애인이 없는 데서 오는 외로움보다도 주위의 시선임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흔한 솔로의 등급’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른바 ‘솔로 등급표’에 관한 내용이다. 솔로 등급표는 나이와 연애경험을 토대로 솔로를 21개의 계급으로 나누고 있다. 표에 따르면 14세 이상이면서 연애경험이 없으면 ‘훈련병’, 21세이면서 애인이 없으면 ‘소위’, 연애경험이 없고 휴대폰에 등록된 이성이 없는 23세 솔로는 ‘원수’에 속한다. 23세 솔로인 기자는 ‘대위’이다. 흥미롭긴 하지만 솔로를 ‘루저’로 치부하는 느낌이 들어 그냥 ‘재미’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솔로라는 것이 이상한 눈초리를 받을만한 일인가?’ ,‘애인의 유무로 한 사람을 등급 매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물음에 모두 ‘아니다’는 답을 내리고 싶다. 솔로 자체를 긍정하는 발언도 아니거나와, 사랑에 소극적인 솔로를 지지하는 발언은 더욱 아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사랑할 시기를 선택할 자유는 있다는 얘기다. 솔로를 ‘탈출’해야 할 시기라고 규정짓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누군가에게 연애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우거나 누군가의 사랑을 ‘영혼 없는 사랑’으로 흐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시길. 이 세상 연인들이 솔로를 보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말하게 될 날이 올지 혹시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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