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방영 중인 KBS 드라마 <힘내요, 미스터 김!>은 미혼남이 버림받은 아이들을 키우는 내용을골자로, 변화하는 가족형태를 반영하고 있다

요즘 가족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가족의 기준이 있다면?

민지 : 함께 산다는 것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유대감을 느끼는 게 가족 아닐까요? 무조건 같은 핏줄이라고 해서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가 분화되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났고, 그만큼 가족의 개념이 많이 넓어졌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다은 :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혈연관계가 중시됐던 예전과 달리 같이 살면서 정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비혈연 가족인 재혼가정이나 입양가정을 가족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잖아요.

 

극도로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역할은 무엇일까?

다은 : 일단 가족은 비빌 언덕 같은 거예요. 밖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럴 때 집에 갔는데 누군가 반갑게 맞아주면 힘든 일은 말끔히 잊히지 않나요? 이렇게 가족이란 옆에 있기만 해도 의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민지 : 개인화됐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소외감을 느껴요. 그래서 더더욱 타인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욕망을 품고 있는 거고요. 그런 소외감과 욕망을 어루만져 주는 게 가족의 역할이 아닐까요? 다은 기자 말처럼 밖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걸 속 시원하게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관계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가족해체가 심각하다고들 한다.

민지 : 사람들이 물질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어느새 가족보다는 일과 성취감이 우선순위가 된 것 같아요. 빤한 얘기지만 가족은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거죠. 가족해체가 심화될수록, 예전부터 ‘가족’ 하면 떠올랐던 정이나 공동체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다은 : 옛날에는 밥을 한 상에서 먹으며 대화를 같이 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해 나갔죠. 그런데 요즘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또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대화가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대화가 부족하다 보니 소통의 단절이 생기고, 사회 병리적인 현상도 동반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가족의 역할 중 하나인 가정교육이 잘 안 되니까요.

 

가족해체로 인해 청소년들이 가출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이른바 ‘가출팸’이 생겨났다.

다은 : 한 가족이 엄마, 아빠, 형제로 구성됐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어요. 엄마는 엄마인 이유가 있고, 아빠는 아빠인 이유가 있는 거죠. 친구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엄마에게 느끼는 유대감을 과연 같은 나이의 친구에게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또 가출팸 안에서는 그들 나름대로 가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십대가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지 미지수고요.

민지 : 청소년이 따로 모여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건,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닐까요. 요즘 가족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앞서 말했던 소외감이나 욕망을 가족이 어루만져 주지 못하니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족을 새로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전통적인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걸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회귀의 한 모습이 아닐까요?

 

드라마에서도 비혈연 가정, 다문화 가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늘어났다는 것일 텐데. 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도 문제시되고 있다.

민지 : 사람들이 아직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점차 그런 가족이 많아지면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힙합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꼈지만, 하나둘씩 마니아가 생기면서 대중화됐잖아요. 새롭게 나타난 가족형태도 차츰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다은 : 차별하면 안 된다고 언론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제도적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죠. 영화나 공연 같은 문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인식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드라마에서 다양한 가족형태를 조명해주는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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