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

 영화 <러브레터>에서 여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는 죽은 연인인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있다. 히로코는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리운 마음을 담아 안부편지를 부친다. 그런데 며칠 후 거짓말처럼 이츠키로부터 답장이 온다. 히로코와 이츠키는 편지를 주고받게 되는데, 둘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서로의 편지를 기다린다.

이 같은 설렘을 요즘 우리는 좀처럼 느끼기가 어렵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로 손편지를 쓰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클릭 한 번이면 보낼 수 있는 이메일이 있기에 손편지를 쓰는 것은 매우 번거롭게 느껴진다. 편지를 쓰는 사람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우체통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실제로 우체통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통 수는 2007년 2만 5,547개에서 2011년 2만 1,083개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얼마 되지 않는 우체통마저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집배원이 하루 동안 우체통 하나에서 수거하는 편지는 2-3통에 불과하다. 아예 편지가 없어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근래에 우체통이 쓰레기통으로 전락해 우정사업본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휴지, 과자봉지, 음식물뿐만 아니라 생리대나 속옷 등을 버리는 몰상식한 사람도 있다.

 

참을 수 없는 손편지의 매력

우체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용하는 사람은 있다. 전국적으로 수거되는 우편물은 2011년에만 43억여 건에 달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손가락만 까딱하면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편리한 정보통신이 있는데도 손편지를 쓰고, 우체통을 이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손편지의 매력은 다름 아닌 ‘기다림’에 있다. <러브레터>의 히로코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츠키의 편지를 기다리듯이 말이다. 편지를 보낸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그를 기다리는 것처럼 행복하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손편지에는 ‘정성’도 담겨 있다. 쓰고 나서 바로 보내는 모바일 메신저와 달리, 손편지는 부치기 전까지 읽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편지를 쓰는 동안은 온전히 받는 사람만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시간이 타인의 시간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물론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보다는 주고받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 같은 기다림과 정성의 미학이 손편지가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닐까.

 

변화를 꾀하는 우체통

최근 이런 손편지의 매력을 활용한 이색 우체통이 등장하기도 했다. ‘느린 우체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1년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느림의 의미를 전하는 ‘느린 우체통’은 서울 체신기념관, 인천 영종대교기념관 등에 위치해 있다.

생명을 살리는 우체통도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10월 ‘생명사랑 빨간 우체통’을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입구에 설치했다. 생활고, 질병,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우체통이다. 우체통에 고민을 적은 엽서를 넣으면 마포구 자원봉사센터 상담사가 답장을 보내준다.

이밖에도 울산 간절곶의 ‘소망 우체통’,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소원 우체통’ 등 다양한 이색 우체통이 있다. 특히 간절곶 ‘소망 우체통’은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돼 관광명소가 됐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망 우체통’에 엽서를 넣으면 무료로 배송된다.

이처럼 우체통은 점차 그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모습을 달리하며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이제 우체통은 단순히 편지를 전해주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때로는 친구처럼 고민을 들어주고, 일상을 기록해주기도 한다. 당신도 오랜만에 펜을 들고 손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언제쯤 그가 편지를 받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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