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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그들이 먹고 사는 법
2010년 11월 04일 (목) 17:23:11 곽보정 기자 gokg99@naver.com

 렘브란트, 모네, 슈베르트, 천상병, 이중섭... 평소 예술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이들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일생을 가난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외로이 예술혼을 불태웠던 예술가' 들. 앤디 워홀, 피카소처럼 사후는 물론 생전에도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성을 누렸던 예술가들도 있지만 주목 받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예술가들의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가난한 세계=예술의 세계 

 3년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내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사를 위해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총 10개 분야 2000명의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조사에서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수입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37.4%를 차지했다. 수입이 없다는 응답을 포함해 월평균 창작활동 수입이 100만 원 이하라고 답한 비율이 62.8%, 200만 원 이하가 79.8%를 차지했다. 수치가 말해주듯, 현실적으로 예술가들이 순수하게 문화예술 활동만을 하면서는 예술 활동은 물론, 기본적인 생계마저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예술가들의 빈곤은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유난히 배고픈 문화예술 활동이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예술가들의 예술정신, 예술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 등의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예술가들의 버팀목, 후견인들의 공이 크다.

예술가들의 버팀목, 후원자

 예술의 시작은 후견인의 등장과 함께 시작했다고 할 정도로 후견인은 예술의 역사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페트론(Patron), 메세나(Mecenat), 스폰서(Sponsor) 등후견인을 지칭하는 용어 또한 여러 가지이다. 가장 많이 통용되는 것은 패트론이다. 이는 예술적 능력은 있으나 경제력이 없던 예술가를 후원하는 데에서 비롯된 제도로 보호자로서의 의미가 크다. 메세나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후원이라는 점에서 예술 활동에 개입하기도 하는 패트론과 차이가 있다. 패트론과 마찬가지로 우리말로 '후원자'로 번역되는 스폰서(Sponsor)는 주로 스포츠 영역에서 쓰이며 상업적인 계약에 따른 후원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을 위한 후원은 현재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후원은 크게 후원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중앙정부 및 지방지자체, 공공단체, 기업, 개인에 의한 후원으로 나눠진다. 각 단위의 후원은 단위가 가진 특성에 맞게 형태와 범위에 차이가 있다.
 중앙정부 및 지방지자체와 공공기구에 의해 시행되는 후원은 대부분 문예진흥기금(이하 문진기금)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문진기금은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이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치한 대표적인 재원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조성·관리하고 운용한다. 문진기금을 이용하여 지원되는 국가차원의 문화예술 활동은 여러 형태로 이뤄진다. 정기공모 지원 사업을 실시해 분야별 예술가 및 예술단체를 선정해 직접적으로 지원하거나 창작공간, 연습실, 예술지원박람회 등의 인프라 구축과 같이 간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또한 개인과 기업의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그 중에서도 서울문화재단은 유휴시설을 이용해 예술가들에게는 창작과 전시의 공간을, 시민들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시 창작공간’ 조성사업을 실시해 현재 성북예술창작센터, 서교예술실험센터, 문래예술공장 등 총 8개의 창작공간을 운영하며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문화예술지원에 대한 기업과 개인의 참여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먼저 기업들은 기업 윤리 실천 역시 기업이 수행해야 할 역할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와 자사 이미지 향상이라는 이점 때문에 메세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기업들의 전시용 후원이라고 비판 받았던 기존의 메세나 활동은 근래 들어 기업과 예술단체의 1:1 결연을 통해 장기적, 지속적 상호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추구라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 중에는 한국의 메디치가로 추앙받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메세나 활동에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7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문화재단 설립 후 금호아트홀, 금호미술관을 중심으로 음악, 미술 분야에 지원을 이어왔다. 그 뿐만 아니라 젊은 음악인과 미술가를 발굴하고 장학금, 악기, 무료 항공권 제공, 멘토링 시스템 등의 실질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 권혁주, 레이첼 리 등 수많은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였다.

변화하는 문화예술 후원

 문화예술가에 대한 후원 중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것이 바로 개인에 의한 후원활동이다. 기존에 거대한 자본을 가진 자본가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개인의 문화예술 후원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약간의 관심, 돈, 노력을 들인다면 이제는 보다 손쉽게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후원할 수 있다. 
 
   

'서울시 창작공간'중 하나인 성북예술창작 센터의 내부모습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한 여러 문화지원 기관에는 작가와 개인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동호회나 단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특히 인터넷은 보다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예술가와 시민을 연결해 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신진 예술가들이 모여 시작해 현재 회원 수가 4,000여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한 ‘스튜디오 유닛(http://studiounit.cyworld.com)’이 그러한 예 중 하나이다. 사실 이 홈페이지는 예술가들끼리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일반인들이 참가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사이버 전시, 창작 공간 공개 등 예술가와 일반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함께 마련하고 있다. 교류를 통해 형성된 예술가와의 관계에서 일반인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와 지속적인 후원을 이어 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작가와의 교류를 통한 개인적인 후원은 자신이 직접 창작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가장 생생한 문화 활동이 될 것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젊은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그 어떤 문화 활동과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바라만 보는 수용자에서 벗어나 직접 교류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을듯 싶다. 누가 알겠는가? 호기심에 시작한 작은 후원 활동이 당신을 또 다른 메디치(다빈치 후원 가문)로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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